2026.05.13 (수)

  • 맑음동두천 20.9℃
  • 맑음강릉 26.2℃
  • 맑음서울 21.2℃
  • 맑음대전 21.2℃
  • 맑음대구 21.0℃
  • 맑음울산 21.9℃
  • 맑음광주 20.4℃
  • 맑음부산 21.1℃
  • 맑음고창 19.2℃
  • 맑음제주 20.2℃
  • 맑음강화 19.7℃
  • 맑음보은 17.7℃
  • 맑음금산 17.0℃
  • 맑음강진군 20.7℃
  • 맑음경주시 22.9℃
  • 맑음거제 20.3℃
기상청 제공
메뉴

[CEO 워치] <上> “후만으론 안 된다”…LG생활건강 체질 개선 나선 이선주

중국·면세 중심 구조 흔들…북미·디지털로 무게 이동
적자 벗어났지만 뷰티 회복은 아직 진행형
브랜드·채널·조직 동시 재정비…‘후 이후’ 성장 공식 시험대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중국 소비 둔화와 면세 시장 변화는 LG생활건강의 성장 공식을 흔들어놓았다. 한때 ‘후’를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으로 국내 대표 뷰티 기업 반열에 올랐지만, 뷰티시장 환경이 바뀌자 강점이었던 구조는 오히려 부담이 됐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선주 대표가 가장 먼저 마주한 과제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실적 회복이 아니라 중국·면세 의존 구조를 줄이고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어야 하는 전환기다. 본지는 이선주 체제 출범 이후 LG생활건강이 어떤 방향으로 체질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지, 브랜드와 조직 전략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실제 숫자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세 편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가 10일 취임 반년을 맞는다. 이 대표의 6개월은 ‘반등’보다 ‘전환’에 가까웠다. 숫자만 놓고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줄었고, 시장 기대를 단번에 뒤집을 정도의 성과도 아니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이전과 다른 움직임이 감지된다. 과거 성장 공식을 유지하는 대신 사업 구조를 다시 짜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5766억원, 영업이익 107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1%, 24.3% 감소했다. 겉으로만 보면 부진한 실적이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 보면 상황은 다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에서 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영업이익률도 마이너스에서 6%대로 회복됐다. 상승세다. 시장에서는 채널 효율화와 비용 구조 조정이 일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LG생활건강의 고민은 결국 ‘후’에서 시작된다.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후’는 한때 중국 소비 확대와 면세 시장 성장 흐름을 타고 회사의 수익성을 끌어올린 핵심 브랜드였다. 중국 VIP 소비층을 중심으로 한 럭셔리 전략은 오랜 기간 높은 이익률을 만들어냈다.

 

문제는 시장 환경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중국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이 장기화됐고 면세 시장 성장세도 꺾였다. 여기에 중국 현지 브랜드 경쟁력까지 빠르게 올라오면서 과거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 소비자들은 브랜드 이름보다 성분과 기능, 가격 경쟁력, 온라인 후기와 콘텐츠 반응 속도를 더 중요하게 보는 흐름이다.

 

결국 특정 국가와 특정 브랜드 의존도가 높았던 구조가 LG생활건강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뷰티업계에서 지금의 LG생활건강을 단순한 실적 부진보다 ‘성장 구조 재편기’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선주 대표가 가장 먼저 손댄 부분도 이 지점이다. 핵심은 판매 구조 다변화다. 중국과 면세 중심 구조를 낮추고 북미와 디지털 채널 중심으로 무게를 옮기는 전략이다. 실제 올해 1분기 북미 매출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반면 중국과 일본 매출은 각각 14.4%, 13.0% 감소했다.

 

물론 아직 북미 사업 규모 자체가 전체 실적을 단숨에 바꿀 정도는 아니다. 다만 성장 방향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과거처럼 면세 채널 물량 확대에 집중하기보다 디지털 기반 브랜드 인지도를 먼저 확보한 뒤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눈에 띈다.

 

대표 사례가 닥터그루트다. 프리미엄 두피 케어 브랜드인 닥터그루트는 아마존과 틱톡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소비자 반응을 확보한 뒤 코스트코와 세포라 등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판매 채널을 넓히고 있다. 단순 매출 확대보다 브랜드 체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이 대표의 경력도 이런 변화와 맞물린다. 그는 로레알코리아 등 글로벌 뷰티 기업에서 브랜드 마케팅과 해외 사업 경험을 쌓았다. 키엘과 입생로랑, 메디힐, AHC 등을 거치며 브랜드 포지셔닝과 시장 확장 전략을 경험했다. 업계에서 그를 재무형 CEO보다 브랜드·마케팅형 CEO로 평가하는 이유다.

 

실제 취임 이후 LG생활건강 내부에서는 브랜드별 투자 우선순위를 다시 정리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카테고리와 지역에는 자원을 집중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채널은 정리하는 방식이다. 외형 확대 자체보다 수익성과 브랜드 경쟁력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략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가장 큰 부담은 여전히 뷰티 사업이다. 1분기 뷰티 부문 매출은 7711억원, 영업이익은 386억원으로 각각 12.3%, 43.2% 감소했다. 면세 물량 조절과 오프라인 채널 효율화, 북미 마케팅 확대 영향이 동시에 반영됐다. 구조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라는 시각도 있더. 하지만 화장품 부문 회복이 늦어질 경우 전체 실적 개선 속도 역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생활용품(HDB)과 음료 사업은 실적 방어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생활필수재 중심 사업 특성상 경기 변동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고 음료 사업 역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시장이 LG생활건강에 기대하는 성장 동력은 결국 뷰티다. 생활용품과 음료만으로는 과거와 같은 기업 가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뷰티시장 시선도 아직은 조금 조심스럽다. 흑자 전환은 긍정적이지만 이를 본격적인 회복 신호로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일부 있다. 결국 관건은 북미와 디지털 채널에서 나타난 성장 흐름이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동시에 ‘후’ 이후를 책임질 새로운 브랜드 축을 얼마나 빠르게 안착시킬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

 

이선주 체제의 첫 반년은 아직 화려함은 부족하다. 그러나 LG생활건강은 과거 성공 방식을 반복하는 대신 새로운 성장 공식을 찾기 시작했다. 시장이 진짜 확인하려는 것도 단순한 흑자 전환이 아니다. ‘후 이후’의 LG생활건강을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 이 대표의 진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되고 있다. LG생활건강 '성공 공식' 풀기를 시작한 이선주 대표의 첫 6개월은 일단 성공적이란 평가다.  


오늘의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