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4 (일)

  • 구름많음동두천 28.2℃
  • 흐림강릉 26.3℃
  • 구름많음서울 29.0℃
  • 맑음대전 28.0℃
  • 맑음대구 28.8℃
  • 맑음울산 26.6℃
  • 맑음광주 28.6℃
  • 맑음부산 26.3℃
  • 맑음고창 29.2℃
  • 구름많음제주 28.3℃
  • 맑음강화 25.9℃
  • 구름많음보은 26.9℃
  • 맑음금산 28.4℃
  • 맑음강진군 28.0℃
  • 맑음경주시 29.1℃
  • 맑음거제 26.1℃
기상청 제공
메뉴

[비즈 인사이트] “대박 게임 하나면 끝” 공식 무너져…5년새 엇갈린 게임사 생존법

넥슨·크래프톤, 글로벌 장기 흥행으로 질주…넷마블은 긴 침체 끝 반등
엔씨·카카오게임즈 흔들…모바일 MMORPG 중심 성장 공식 균열
블록체인·멀티플랫폼 전략 따라 희비…게임업계 판 자체가 달라졌다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게임업계의 지난 5년은 단순한 흥행 경쟁이라기보다 생존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과정에 가까웠다. 게임사들은 코로나19 시기 폭발적으로 늘어난 게임 수요와 모바일 시장 성장세에 발맞춰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웠다. 당시만 해도 시장 분위기는 단순했다. 인기 게임 하나만 성공하면 실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기대가 업계 전반을 지배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용자 취향은 빠르게 바뀌었고 글로벌 경쟁은 훨씬 치열했다. 한때 시장을 장악했던 게임들도 예전 같은 영향력을 유지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반면 일부 기업은 오래 살아남는 지식재산권(IP)과 글로벌 운영 역량을 앞세워 오히려 더 큰 성장세를 만들었다. 신작 출시 순간의 폭발력보다 “얼마나 오래 이용자를 붙잡아둘 수 있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으로 떠오른 셈이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주요 게임사 8곳의 실적을 비교하면 이런 변화는 숫자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같은 게임업종 안에서도 어떤 IP를 보유했고 해외 시장 비중을 얼마나 키웠는지에 따라 성적표 차이는 예상보다 훨씬 크게 벌어졌다. 가장 눈에 띈 곳은 넥슨코리아와 크래프톤이었다. 두 회사는 지난 5년 동안 국내 게임업계 안에서도 사실상 다른 흐름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넥슨코리아는 2025년 매출 3조1058억원, 영업이익 6236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매출이 1조9334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 만에 외형이 1조원 이상 커진 셈이다.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FC’ 시리즈 같은 장기 흥행 IP가 꾸준히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구축한 영향이 컸다. 특정 신작 성패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리는 다른 게임사들과는 체력 자체가 달랐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크래프톤의 상승세는 더 가팔랐다. 2021년 1조8853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25년 3조3265억원까지 뛰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506억원에서 1조543억원으로 늘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선 사례 자체가 드물다는 점에서도 존재감이 크다.

 

배틀그라운드 IP가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간 흥행 기반을 유지한 데다 PC·콘솔·모바일을 연결하는 플랫폼 전략이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국내 게임업계가 한동안 모바일 중심 경쟁에 머물렀다면 크래프톤은 비교적 일찍 글로벌 멀티플랫폼 시장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셈이다.

 

반면 일부 게임사들은 시장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흔들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엔씨다. 엔씨는 2022년까지만 해도 영업이익 5590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대표 강자로 꼽혔다. 하지만 이후 분위기는 빠르게 달라졌다. 2024년에는 1092억원 영업적자를 냈고, 2025년 영업이익도 160억원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매출도 2022년 2조5717억원에서 2025년 1조5069억원으로 감소했다.

한때 시장을 장악했던 리니지 중심 모바일 MMORPG 구조가 오히려 부담으로 돌아왔다. 이용자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시장 변화 대응이 늦어졌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과거 성공 공식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비슷한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2022년 1조1476억원까지 늘었던 매출은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카카오게임즈는 2025년 395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공격적인 외형 성장 전략을 이어갔지만 신작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 부담도 더 커졌다. 2021년 1119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이 불과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배경이다. 외형 확대 속도에 비해 수익 구조 안정화가 뒤따르지 못했다.

 

넷마블은 가장 극적인 반전 사례로 꼽힌다. 넷마블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1086억원, 68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깊은 침체 국면에 빠졌다. 공격적인 투자 확대와 신작 부진, 비용 증가가 동시에 겹친 영향이었다. 하지만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비용 효율화와 사업 구조 조정이 이어지면서 2024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5년에는 영업이익 3524억원을 기록하며 반등 발판을 마련했다. 게임업계에서는 무리한 외형 경쟁보다 수익성 회복에 초점을 맞춘 전략 변화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중견 게임사들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컴투스는 실적 변동성이 커졌고, 펄어비스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에도 성장 정체 부담이 이어졌다. 특히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장기 흥행 이후 차기 기대작 공백이 길어지면서 성장 동력이 둔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사업 확대 과정에서 실적 등락 폭이 컸다. 가상자산 시장 변동성과 맞물리면서 실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가장 먼저 시도한 만큼 기대도 컸지만 시장 변동성 역시 함께 떠안아야 했다.

 

결국 지난 5년은 “게임을 잘 만드는 회사”와 “오랫동안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든 회사”를 가르는 시간이었다는 게 업계의 주된 분석이다. 과거에는 출시 첫 달 매출 순위가 시장 분위기를 좌우했다면 이제는 글로벌 이용자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는 의미다. 한때는 출시 첫날 동시접속자 수가 업계 분위기를 흔들었다면 이제는 몇 년 뒤에도 살아남아 있는 게임이 무엇인지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신작 하나 성공하면 회사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지만 지금은 장기 운영 능력과 글로벌 서비스 역량이 훨씬 중요해졌다”며 “게임업계도 이제는 단순 흥행 경쟁보다 운영 체력과 수익 구조 경쟁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의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