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정부 중재에도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총파업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조는 법원에 출석해 “적법한 범위 안에서 쟁의행위를 진행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고, 회사 측은 반도체 생산라인 특성상 생산 차질과 설비 손상 위험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 역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등 상황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의 최승호 위원장은 이날 오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사건 2차 심문 기일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논쟁이 되는 부분에 대해 조합원 50명 이상이 증언했고 관련 자료도 준비했다”며 “적법한 쟁의행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재판부에 충분히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어 “위법한 쟁의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정당하게 확보한 파업권인 만큼 법과 절차 안에서 쟁의행위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제도화와 관련해서도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영업이익에 일정 비율을 반영해 성과급을 지급하자는 구조인 만큼 성과가 없으면 보상도 없는 방식”이라며 “이를 두고 경직된 제도화라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SK하이닉스 역시 비슷한 체계를 운영 중인데 삼성전자가 계속 비교되는 건 결국 보상 구조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DS부문에 한정한 일회성 특별성과급만으로는 조합원들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쟁의행위 위법성 논란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최 위원장은 “회사 측은 협박이나 폭행, 원재료 폐기 가능성 등을 이야기하지만 그런 방식의 쟁의를 생각한 적은 없다”며 “생산·기술 분야는 기존에도 협정근로자 범위가 아니었던 만큼 파업 참여 자체를 문제 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삼성전자가 생산시설 점거와 안전보호시설 운영 방해 등 위법 행위를 막아달라며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1차 심문에서는 삼성전자 측이 반도체 생산라인 특성상 설비가 한 번 멈추면 생산 차질과 장비 손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재판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은 일반 제조시설과 달리 24시간 안정적인 운영이 필요한 구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웨이퍼가 변질되거나 설비 운영이 중단될 경우 생산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일부 장비는 손상 위험도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주요 반도체 기업에서도 쟁의행위로 생산라인이 멈춘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노조 측은 회사가 주장하는 ‘업무상 필수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반박하고 있다. 안전과 보안 유지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지만 실제 어느 시설에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양측 시각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사 갈등은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결렬 이후 더 격화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정부 중재 아래 협상을 이어갔지만 이날 새벽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화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발했고, 회사는 기존 성과급 체계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예정대로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총 18일간 총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노조 측은 최대 5만명 안팎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장 긴장감도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앞서 삼성전자는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결렬 직후 “노조의 결렬 선언으로 조정이 마무리돼 안타깝다”며 유감을 표한 뒤 “성과를 반영한 보상 체계를 바탕으로 협의를 이어왔고 마지막까지 합리적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평행선을 지속하자 정부도 상황 관리에 나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삼성전자 노사 협상 결렬 상황을 보고받은 뒤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상황을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과 관련해 “지금은 무엇보다 대화가 필요하다”며 “밤을 새워서라도 협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부 장관이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발동되면 일정 기간 파업이 제한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추가 조정 절차가 다시 진행된다.
법원은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21일 전까지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공급 일정뿐 아니라 글로벌 고객 대응과 신뢰 문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