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4 (일)

  • 구름많음동두천 28.0℃
  • 구름많음강릉 26.2℃
  • 천둥번개서울 25.0℃
  • 구름많음대전 31.1℃
  • 맑음대구 30.5℃
  • 구름많음울산 25.9℃
  • 맑음광주 28.5℃
  • 맑음부산 26.4℃
  • 구름많음고창 25.6℃
  • 맑음제주 28.2℃
  • 맑음강화 26.4℃
  • 구름많음보은 26.6℃
  • 흐림금산 22.7℃
  • 맑음강진군 29.7℃
  • 구름많음경주시 28.7℃
  • 맑음거제 27.8℃
기상청 제공
메뉴

[CEO 위클리] "고개 숙이고, 설명하고, 때로는 맞섰다"…재계에 부는 ‘책임의 리더십’

정용진·정신아 사과, 노태문 조직 달래기…신뢰 회복 전면전
정몽규·이석희 결단, 윤동한 갈등 봉합…리더십 시험대 오른 CEO들
이재용 사전투표·김정수 유튜브 출연…총수의 소통 방식도 달라졌다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최근 재계 뉴스를 살펴보면 각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표정과 경영 행보를 읽을 수 있다. 누군가는 고개를 숙였고, 누군가는 조직을 향해 메시지를 보냈다. 또 다른 이는 카메라 앞에 섰고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기업과 조직을 둘러싼 신뢰가 흔들릴 때 CEO들은 더 이상 뒤에 머물지 않았다. 소비자와 직원, 시장과 직접 마주하며 스스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26일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논란이 역사 인식과 사회적 감수성 문제로 번지자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는 짧은 문장과 함께 내부 검증과 리스크 관리 체계 재정비를 약속했다. SNS와 직설 화법으로 ‘직진형 총수’ 이미지를 보여왔던 정 회장이 이번에는 가장 낮은 자세를 택한 것이다. 브랜드 논란이 단순 이벤트 실패가 아니라 기업 철학과 소비자 신뢰 문제로 확산됐다는 점을 경영진이 인정한 순간이기도 했다. 회장 취임 후 첫 공개 사과라는 점도 시장의 시선을 끌었다.

 

불과 이틀 뒤 카카오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이어졌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서비스 운영과 플랫폼 신뢰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용자 불편과 신뢰 훼손에 대해 고개를 숙이고 재발 방지와 시스템 개선을 약속했다. 기술적 해명보다 ‘신뢰 회복’을 앞세운 대응이 눈에 띄었다.

 

플랫폼 기업이 더 이상 단순 IT회사가 아니라 사회 인프라 수준의 책임을 요구받는 현실을 인정한 셈이다. 쇄신을 약속한 새 경영진에게 이번 사과는 단순 수습이 아니라 리더십 검증 무대였다. 이틀 간격으로 나온 두 CEO의 사과는 산업은 달라도 기업 신뢰가 가장 먼저 관리해야 할 경영 자산이 됐음을 보여줬다.

 

삼성전자에서는 밖이 아니라 내부 직원을 향한 메시지가 나왔다.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가결 이후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협상 과정과 결과로 일부 직원들이 느꼈을 소외감과 박탈감을 이해한다며 DX부문이 마주한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DS와 DX 사이 성과급 체감 차이와 조직 내부 온도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나온 CEO의 메시지였다. 총파업 위기는 넘겼지만 조직의 감정까지 정리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경영진이 인정한 셈이다. 실적보다 조직 내부 신뢰가 더 민감한 경영 변수로 떠오른 현실도 함께 드러났다.

 

같은 삼성가에서 포착된 또 다른 장면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6·3 지방선거 사전투표였다. 별도 일정이나 메시지는 없었다. 그러나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투표 모습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모았다. 정치적 해석을 떠나 시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총수의 일상적 장면이 공개되며 기업인의 사회적 역할과 공적 이미지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졌다.

 

‘책임’이 사과와 설명으로만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같은 주 두 개의 뉴스 중심에 섰다.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협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친족이 지배하는 20개 회사를 HDC그룹 계열 현황에서 누락한 혐의로 받은 벌금 1억5000만원 약식명령에는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축구협회 문제에서는 월드컵 이후 물러날 뜻을 내비쳤지만 기업 경영과 관련한 법적 판단에는 공개 재판으로 맞서는 선택을 한 것이다.

 

SK온 이석희 대표의 사의 표명 역시 재계 관심을 모았다. 이 대표는 건강과 체력 문제를 이유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시장 둔화와 배터리 업황 조정이 이어지는 시점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점에서 단순 인사 이동이라기보다 업황 변화와 조직 재정비가 맞물린 결정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갈등을 접는 선택도 있었다.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은 주식반환소송을 취하하며 가족·경영권 갈등 봉합에 나섰다. 법정 공방보다 경영 안정과 지배구조 정비를 우선한 현실적 판단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소통 방식 역시 달라지고 있었다. 6월 1일 회장 승진을 앞둔 삼양식품 김정수 부회장은 유튜브에 직접 출연해 불닭 브랜드 성장 과정과 글로벌 전략을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불닭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오너가 직접 브랜드 서사를 전달한 것이다. 이제 CEO는 실적만 관리하는 자리가 아니다. 위기 앞에서는 설명하고, 조직이 흔들릴 때는 설득하며, 브랜드 신뢰까지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됐다. 


오늘의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