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홍콩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낮아졌다. 한때 수조원대 과징금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긴장감이 높았던 은행권은 일단 최악의 '과징금 폭탄'은 피한 셈이다.
금융감독원이 주요 은행 5곳에 부과할 과징금을 총 6000억원 수준으로 결정하면서 홍콩ELS 사태에 대한 제재 절차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금감원은 4일 임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대해 총 6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의결했다. 최종 제재 수위는 금융위원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제재는 홍콩H지수 ELS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불완전판매와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여부를 판단한 결과다. 홍콩H지수 급락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이후 은행들의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관행과 소비자 보호 의무 이행 수준이 금융권 전반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과징금 규모는 논의 과정에서 여러 차례 조정을 거쳤다. 금감원은 당초 약 4조원 수준의 과징금을 검토했지만 이후 2조원으로 낮췄고, 지난 2월에는 1조4000억원 규모의 제재안을 금융위원회에 넘겼다. 그러나 금융위가 사실관계와 법리 적용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안건을 돌려보내면서 재심의가 이뤄졌고, 최종적으로 6000억원 수준까지 낮아졌다.
이번 감액은 단순한 수치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제재심은 은행들의 위반 동기와 위반 방법에 대한 평가를 기존 '중' 등급에서 '하' 등급으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과징금 산정 기준율도 함께 낮아지면서 전체 제재 규모가 크게 줄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금소법 시행 초기라는 특수성도 중요하게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위반 행위가 법 시행 초기 발생한 데다 이번 사안이 금소법 적용 이후 처음 이뤄지는 대규모 과징금 사례라는 점도 감안됐다.
여기에 은행권이 이미 대규모 자율배상에 나서며 투자자 피해 회복에 상당한 비용을 부담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에서는 과도한 과징금이 은행의 건전성은 물론 기업·소상공인 지원 등 생산적 금융 기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금융당국이 주요 행정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한 상황에서 향후 불복 소송 가능성까지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번 감경 조치가 제재 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 초기 사례라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앞으로 소비자 보호 의무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은 대규모 과징금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내게 됐지만 홍콩ELS 사태가 남긴 과제는 여전히 적지 않다.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의 설명 의무, 적합성 원칙 준수, 내부통제 체계 강화 등은 앞으로도 금융회사의 핵심 경영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홍콩ELS 사태 이후 달라진 판매 관행과 소비자 보호 수준이 금융권 신뢰 회복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