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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주의 비즈토크] 6000억 청구서 받은 홍콩ELS의 교훈

4조원서 6000억원으로…과징금은 줄었지만 논란은 진행형
금융당국 선택한 것은 ‘가장 강한 제재’ 아닌 ‘유지 가능한 제재’
소비자는 상품보다 판매자를 기억한다…신뢰 회복이 진짜 과제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홍콩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금융감독원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총 6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때 4조원 안팎까지 거론됐던 제재 규모를 떠올리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 결과입니다. 은행권은 일단 '과징금 폭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단순히 과징금이 얼마로 정해졌는지에만 초점을 맞춰 바라보는 것은 절반만 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6000억원이라는 숫자보다 그 숫자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그 안에 담긴 메시지입니다.

 

홍콩ELS 사태는 특정 금융상품 하나의 실패가 아니었습니다. 은행 창구에서 판매된 고난도 금융상품의 위험이 얼마나 충분히 설명됐는지, 판매 절차는 적절했는지, 소비자 보호 원칙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묻는 사건이었습니다. 손실 규모가 커질수록 논란의 중심도 상품 구조가 아니라 판매 관행으로 옮겨갔습니다.

 

과징금이 대폭 줄어든 배경에도 여러 현실이 반영됐습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초기 발생한 사안이라는 점, 은행들이 수조원 규모의 자율배상에 나서 투자자 피해 회복에 상당한 비용을 부담했다는 점, 금융위원회가 사실관계와 법리 보완을 요구하며 제재안을 다시 검토하도록 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을 것입니다. 당초 검토됐던 수조원대 과징금이 그대로 확정됐다면 대규모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제재의 강도도 중요하지만 법적 정당성과 집행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 역시 감독당국이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결국 이번 결정은 가장 강한 제재보다는 가장 오래 유지될 수 있는 제재를 선택한 결과로 읽힙니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책임의 무게까지 덜어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홍콩ELS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들의 시선은 더욱 까다로워졌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수익률보다 설명을 먼저 봅니다. 상품 가입서에 찍힌 서명보다 판매 과정에서 어떤 설명이 오갔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위험을 충분히 알렸는지, 고객 성향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내부통제는 실제로 작동했는지가 금융회사의 신뢰를 가르는 기준이 됐습니다.

 

금융당국 역시 이번 감경이 앞으로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금소법 시행 초기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판단일 뿐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훨씬 무거운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과징금보다 더 강한 경고장을 받은 셈입니다.

 

이번 홍콩ELS 사태가 남긴 가장 큰 질문은 결국 하나입니다. 금융상품 판매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하는 점입니다. 상품을 만든 곳과 판매한 곳, 그리고 가입한 소비자 사이의 책임 경계는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도 있습니다. 소비자는 상품보다 판매자를 기억한다는 점입니다.

 

금융당국이 선택한 6000억원은 이번 사태의 종착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금융권이 소비자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묻는 새로운 출발선에 가깝습니다. 과징금 액수는 시간이 지나면 잊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홍콩ELS 사태가 남긴 판매의 책임이라는 질문은 오래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것이 이번 홍콩ELS 사태가 금융권에 남긴 가장 무거운 청구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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