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서연옥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투자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코스피나 미국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특정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ETF가 자금 유입을 주도하고 있다. ETF 시장의 중심축이 ‘시장 전체 투자’에서 ‘산업 성장 투자’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삼성자산운용이다. 국내 대표 ETF인 ‘KODEX 200’은 지난 4일 기준 순자산 30조824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순자산 1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4월 20조원을 돌파한 후 불과 두 달 만에 30조원 벽을 넘어섰다. 국내 최초 ETF이자 최대 규모 ETF인 KODEX 200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들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올해 들어서만 순자산이 19조원 이상 증가해 전체 ETF 가운데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개인투자자 순매수 규모도 2조6000억원을 웃돈다. KODEX 200의 성장에 힘입어 삼성자산운용의 ETF 전체 순자산은 200조원을 돌파했고 시장 점유율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AI 반도체를 앞세워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상장한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ETF’는 상장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순자산 5조원을 넘어섰다. 개인투자자 누적 순매수 금액은 2조6579억원으로 올해 국내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삼성전기, SK스퀘어, 이수페타시스, LG이노텍 등을 편입해 AI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투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HBM과 서버용 기판, MLCC 등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수혜 기업까지 담아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KB자산운용은 피지컬 AI를 새로운 투자 테마로 내세웠다. 지난달 12일 상장한 ‘RISE 현대차고정피지컬AI ETF’는 13거래일 만에 순자산 5000억원을 돌파했다. 개인투자자 순매수 규모도 5500억원을 넘어섰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를 비롯해 레인보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LG이노텍 등을 편입했다. 기존 자동차 ETF가 완성차 중심이었다면 이 상품은 자율주행과 로봇, 스마트팩토리 등 미래 제조 산업 전반에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상장 이후 누적 수익률은 28%를 넘어섰다.
최근 ETF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상당 부분은 AI 관련 산업으로 향하고 있다. 반도체와 AI 기업들의 주가 강세가 이어지면서 관련 ETF에도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부담은 줄이면서도 산업 성장의 수혜를 함께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ETF의 장점으로 꼽힌다.
운용사들의 전략도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대표 지수형 ETF를 통해 시장 전체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면 신한자산운용은 AI 반도체, KB자산운용은 피지컬 AI를 앞세워 테마형 ETF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ETF 시장의 경쟁도 단순히 수익률 경쟁을 넘어 어떤 산업의 성장 스토리를 담아내느냐의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ETF 시장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의 선택도 세분화되고 있다”며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상품과 특정 산업 성장에 집중하는 상품이 공존하면서 ETF 시장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