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최대 6억원, DX부문 직원은 600만원. 이같은 삼성전자 사업부간 벌어진 성과급 격차가 결국 최대 노조의 과반 지위를 무너뜨렸다. 임금보다 성과 배분이 더 큰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지부(초기업노조)가 과반노조 지위를 상실하면서 삼성전자 노사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노조 규모만으로 대표성을 확보하던 시대에서 사업부별 이해관계를 얼마나 대변하느냐가 조합원 선택의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5만827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 수는 12만8881명이다. 과반노조 기준선인 6만4440명을 밑돌면서 초기업노조는 법적 근로자대표 지위를 잃게 됐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초기업노조는 임금·단체협상을 주도하며 조합원 수를 7만6000명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초기업노조는 지난 4월 과반노조 지위를 확보했고, 삼성전자 창사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노조로 성장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러나 노사 잠정합의안이 발표된 이후 흐름은 급격히 바뀌었다. 지난달 20일 협상 타결 이후 조합원 이탈이 이어졌고, 같은 달 28일에는 7만명 선이 무너졌다. 이후 일주일 만에 1만명 이상이 추가로 노조를 떠났다. 지난달 27일 실시된 합의안 찬반투표에서는 80.6%가 찬성했지만, 반대표를 던진 조합원 상당수가 다른 노조를 선택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마음을 돌린 것은 성과급 규모보다 배분 방식이다. 노사 합의안은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은 DS부문 메모리사업부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라는 평가를 받았다.
합의안에 따르면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특별경영성과급과 초과이익성과급(OPI)을 합쳐 연봉 1억원 기준 최대 6억원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반면 DX부문 직원들에게는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 지급이 예상된다. 실적에 따른 차등 보상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체감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잇따랐다.
반발은 DX부문에만 그치지 않았다. DS부문 내부에서도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의 불만이 커졌다. 비메모리 조직은 대규모 연구개발과 첨단 공정 투자로 수익성이 낮지만 미래 성장동력을 책임지는 핵심 사업이다. 그럼에도 성과 배분 과정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실제 비메모리 사업부 내부에서는 “현재 실적만으로 평가하면 미래 투자의 가치는 반영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성과급 액수보다 성과를 나누는 기준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는 의미다.
노조 내부에서도 아쉬움은 남았다. 초기업노조는 당초 성과급 재원의 70%를 DS부문 전체에 배분하고 30%를 사업부별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최종 합의는 40대 60 구조로 결정됐다. 이 때 비메모리 조직에서는 자신들의 몫이 예상보다 줄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조합원들의 선택은 곧바로 노조 지형 변화로 이어졌다. 초기업노조를 떠난 상당수 인원은 다른 노조로 이동했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1만6000명에서 2만968명으로 늘었고, 동행노조는 2600명대에서 2만1015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동행노조는 DX부문 직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단기간에 주요 노조로 성장했다.
과반노조 지위 상실은 단순한 상징적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초기업노조는 그동안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직접 지명하고 임금협상을 주도하는 등 대표 노조의 권한을 행사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영향력을 독점하기 어렵게 됐다. 내년 임금·단체협상에서도 전삼노와 동행노조 등과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쳐야 하는 만큼 협상 주도권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노사관계는 이제 복수 노조 경쟁 체제로 접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회사와 대표 노조의 협상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여러 노조가 사업부별 이해관계를 앞세워 조합원의 선택을 받는 다채널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노조 규모보다 누구의 목소리를 더 정확하게 대변하느냐가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초기업노조는 DS와 DX 부문을 분리해 대응하는 ‘투트랙 교섭’ 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17일 위원장 재신임 투표도 실시할 예정이다. 조직 재정비를 통해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이번 과반노조 붕괴는 단순한 노조 세력 변화가 아니다"며 "성과급 배분 방식이 조직 내부 균열을 만들고 노조 권력구도까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