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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롯데홈쇼핑 대표 해임 소송”…태광 vs 롯데 20년 갈등 법정으로

태광산업, 김재겸 대표 해임 소송 제기…주총 부결 후 정면 대응
내부거래 승인 절차 놓고 첨예한 대립…양측 해석 엇갈려
대표 거취 넘어 이사회 권한·주주권 범위 가르는 분수령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롯데홈쇼핑 경영권을 둘러싼 태광산업과 롯데 측의 갈등이 다시 법정으로 번졌다. 겉으로는 대표이사 해임 분쟁이지만, 실제로는 내부거래 승인 절차의 효력과 주요 주주의 경영 감시 권한 범위를 둘러싼 다툼이 핵심 내용이다. 재계는 이번 소송이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권 행사의 기준을 가늠할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관련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지난 10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롯데홈쇼핑 측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태광산업은 롯데홈쇼핑 지분 4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최대주주인 롯데쇼핑의 지분율은 53%로 양측의 차이는 8%포인트에 불과하다.

 

이번 소송은 지난달 임시 주주총회 이후 예고된 수순이다. 당시 태광산업은 김 대표 해임안을 상정하며 경영진 책임론을 제기했지만 최대주주인 롯데쇼핑 측의 반대로 안건은 부결됐다. 이후 태광산업은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해임 소송 등 추가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결국 사법부 판단을 요청했다.

 

갈등의 중심에는 계열사 거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롯데홈쇼핑이 롯데그룹 계열사와 거래를 진행하면서 필요한 이사회 승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올해 초 관련 안건이 이사회에서 부결됐음에도 거래가 계속 이뤄졌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태광산업은 이를 단순한 경영 판단이 아니라 이사회 권한을 사실상 무력화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이사회 결정이 존중되지 않았다면 경영진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같은 이유로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김 대표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반면 롯데홈쇼핑은 기존 거래가 회사 설립 초기부터 이어져 온 정상적인 사업 구조라고 반박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하이마트 등 계열사 상품 판매는 오랜 기간 유지돼 온 사업 모델이며 관련 거래 역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사안이 별도의 행정 제재나 법적 처분으로 이어진 적이 없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핵심을 '대표 해임'보다 '주주권 행사'에서 찾고 있다. 최대주주가 아닌 주요 주주가 내부거래와 이사회 운영 문제를 이유로 대표이사 해임을 요구하고, 주주총회 부결 이후 법적 절차까지 밟는 사례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이사회 책임 강화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주요 주주의 견제 권한이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원이 내부거래 승인 절차의 효력과 이사회 의결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지가 주목된다. 만약 이사회 의결을 강한 구속력을 가진 결정으로 인정할 경우 기업들의 내부거래 관리 체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영진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한다면 주요 주주의 경영 감시 범위 역시 일정 부분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양측의 대립은 최근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2006년 롯데쇼핑이 당시 대주주였던 경방의 롯데홈쇼핑 지분을 인수하면서 긴장 관계가 형성됐다. 이후 주요 경영 현안과 자산 거래, 이사회 구성 문제 등을 둘러싸고 충돌이 반복됐다. 최근에는 양평동 사옥 매입 논란과 이사회 재편 과정이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내부거래 문제가 더해지면서 갈등은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번 소송의 본질은 경영권 확보 경쟁보다 견제와 감시를 둘러싼 주주 간 충돌에 가깝다. 태광산업은 절차 준수와 이사회 권한을 강조하고 있다. 롯데 측은 기존 사업 구조의 연속성과 적법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제 판단의 무게추는 법원으로 넘어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대표 해임 여부 자체보다 이사회 의결과 경영진 책임의 경계를 가르는 분쟁에 가깝다"며 "주주총회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법정으로 넘어간 만큼 향후 기업들의 내부거래 관리와 지배구조 운영에도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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