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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사이트] K-물류 1분기 성적표 살펴보니…해운 '후퇴' vs 항공 '비상' vs 육상 '적자'

컨테이너 운임 정상화에 해운업 희비…HMM 부진 속 팬오션 나홀로 성장
대한항공·제주항공 실적 개선, 아시아나는 적자 전환…항공업 양극화 심화
현대글로비스·CJ대한통운 외형 성장에도 순이익 감소…'매출보다 이익' 경쟁 본격화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올해 1분기 운송업계 성적표는 업종별로 전혀 다른 성과를 나타냈다. 해운은 팬데믹 이후 이어졌던 고운임 시대가 막을 내리며 수익성이 급격히 둔화된 반면 항공은 국제선 여객 회복과 노선 효율화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갔다. 육상물류는 공급망 불확실성과 내수 둔화 속에서도 안정적인 외형 성장을 유지했지만 이익 증가로는 연결되지 못했다. 같은 운송업이라도 운임과 물동량보다 사업 포트폴리오와 수익구조가 실적을 좌우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성적표다.

 

실제 업종별 흐름은 뚜렷하게 갈렸다. 해운은 조사 대상 5개사 가운데 팬오션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이 매출 감소 또는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반면 항공은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고 아시아나는 적자로 돌아서며 양극화가 심화됐다. 육상운송은 현대글로비스와 CJ대한통운, 한진 모두 매출은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감소하거나 적자를 기록해 외형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MM은 매출이 2조7187억원으로 4.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56.1%, 순이익은 52.1% 급감했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21.5%에서 올해 9.9%로 반토막났다. 컨테이너 운임이 팬데믹 당시의 비정상적인 고점에서 정상 수준으로 내려오고 글로벌 선복 공급이 확대되면서 고운임 효과가 빠르게 사라진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외형보다 수익성이 훨씬 빠르게 악화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팬오션은 해운업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냈다. 매출은 8.2%, 영업이익은 24.4%, 순이익은 31.2% 증가했고 영업이익률도 9.3% 수준을 유지했다. 철광석과 석탄, 곡물 등을 운송하는 벌크선 중심 사업과 장기 운송계약 비중이 높아 컨테이너 운임 하락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덕분이다. 같은 해운업이라도 사업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례다.

대한해운도 같은 기간 매출은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늘며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했다. 장기 계약 중심 영업이 경기 변동성을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흥아해운은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큰 폭으로 감소하며 가장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KSS해운은 영업이익은 줄었지만 순이익이 452% 급증했다. 영업 외 손익 개선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본업 경쟁력이 급격히 개선됐다고 해석하기에는 다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항공업은 해운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과 프리미엄 노선 확대, 화물사업 안정화가 맞물리면서 대형 항공사와 일부 LCC의 실적이 개선됐다. 대한항공은 매출이 14.1%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47.3% 늘어 영업이익률이 11.4%까지 상승했다. 조사 대상 주요 운송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성을 기록한 셈이다. 장거리 국제선 확대와 화물사업 경쟁력, 운항 효율 개선이 동시에 나타나며 질적 성장을 이끌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매출이 18.9% 감소했고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대한항공과의 실적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통합을 앞둔 과도기적 부담도 그대로 드러났다. LCC 가운데서는 제주항공의 회복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매출은 36.5%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흑자로 전환했다. 여행 수요 확대를 적극 활용한 노선 운영과 기재 효율 개선이 성과로 이어졌다.

반면 진에어는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순이익이 절반 이상 감소해 같은 LCC라도 노선 구성과 원가 경쟁력에 따라 실적 차이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트리니티항공도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지만 순손실은 이어져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모습이다.

 

육상운송은 외형 성장세가 가장 안정적이었다. 현대글로비스와 CJ대한통운, 한진 모두 매출은 증가했다. 그러나 세 회사 모두 순이익은 감소하거나 적자를 기록했다. 운송 물량 확대만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대글로비스는 매출 7조8127억원으로 운송업계 최대 외형을 유지했다. 영업이익률은 6.7%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지만 순이익은 14.3% 감소했다. 자동차 물류와 해운, CKD 사업이 균형을 이루며 실적을 지탱했지만 금융비용과 환율 변동 등의 부담은 피하지 못했다.

 

CJ대한통운은 계약물류(CL)와 글로벌 사업 확대를 바탕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은 2.9%에 머물렀고 순이익도 감소했다. 규모 확대 경쟁에서 벗어나 고부가 물류 비중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다시 확인했다. 한진은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27.4% 감소했고 순이익도 적자로 전환됐다. 외형 확대보다 고정비와 운영비 증가 속도가 빨랐던 것으로 분석된다. 물량 확보 경쟁만으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별 수익성 비교도 운송업의 변화를 보여준다. 대한항공의 영업이익률은 11.4%로 가장 높았고 HMM과 팬오션은 각각 9.9%, 9.3%를 기록했다. 현대글로비스는 6.7%, 진에어는 13.6%를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크게 줄었고, CJ대한통운은 2.9%, 한진은 2.5%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운송업이라도 업종과 사업모델에 따라 수익구조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1분기 실적은 운송산업의 경쟁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다. 해운은 운임보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항공은 노선 경쟁력과 운항 효율이, 육상물류는 계약물류와 공급망 운영 능력이 실적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팬데믹 특수에 의존했던 성장 국면이 끝나면서 앞으로의 승부는 얼마나 많이 운송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고 이익을 남기느냐에 달려 있다. 2026년 1분기 성적표는 운송업이 외형 성장 중심 산업에서 수익구조 경쟁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운송업 실적은 경기보다 사업구조의 차이가 성과를 좌우한 분기였습니다. 해운은 컨테이너와 벌크선, 항공은 노선 경쟁력, 물류는 계약물류 비중과 원가 관리 역량에 따라 실적이 갈렸다“며 ”앞으로는 외형 성장보다 안정적인 수익성과 현금창출 능력이 기업가치의 핵심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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