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국내 바이오산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새로운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 팬데믹이 이끈 성장 시대가 저물면서 기업 경쟁력의 기준도 생산능력에서 연구개발(R&D), 기술 상업화, 글로벌 시장 확장 역량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한국콜마,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들의 실적과 투자, 생산성, 신성장 전략을 다각도로 분석해 변화하는 산업 지형과 기업별 생존 전략, 미래 성장 해법을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바이오기업의 경쟁력이 더 이상 직원 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연구개발 인력과 생산시설을 얼마나 많이 확보했느냐보다 확보한 인력이 얼마나 많은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내느냐가 기업가치를 좌우하고 있다. 2022~2025년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한국콜마의 직원 수와 평균급여, 실적을 비교한 결과 같은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라도 사업 특성에 따라 노동생산성과 수익성이 뚜렷하게 갈렸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셀트리온 직원 수는 2022년 2263명에서 2025년 3153명으로 39% 늘었고 평균급여도 8100만원에서 1억700만원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조2839억원에서 4조1624억원으로 82% 증가해 직원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고, 직원 1인당 매출도 약 10억원에서 13억2000만원으로 높아졌다. 영업이익 역시 6471억원에서 1조1684억원으로 증가하며 인당 영업이익은 약 3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합병 이후 조직 효율화와 바이오시밀러 판매 확대가 맞물리며 연구개발과 생산 역량을 고부가가치 창출로 연결한 결과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또 다른 성장 공식을 보여줬다. 2025년 직원 수는 5455명, 평균급여는 1억1400만원으로 비교 기업 가운데 가장 높았지만 매출은 4조5569억원, 영업이익은 2조692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직원 1인당 매출은 약 8억4000만원으로 셀트리온보다 낮았지만 인당 영업이익은 약 3억80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글로벌 CDMO 수주 확대와 높은 설비 가동률이 규모의 경제를 만들며 고임금 구조를 높은 수익성으로 전환했다. 셀트리온이 인당 매출에서 앞섰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당 영업이익에서 우위를 보이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한국콜마는 미래 성장을 위한 선행 투자에 집중했다. 직원 수는 2022년 1003명에서 2025년 1542명으로 54%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고 평균급여도 5900만원에서 7400만원으로 상승했다. 매출 증가율은 46%로 직원 증가 속도를 밑돌아 인당 매출은 다소 낮아졌지만 이는 국내외 생산능력 확대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 영향이 컸다. 영업이익은 732억원에서 2395억원으로 세 배 이상 늘며 투자 효과가 점차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이후 백신 시장 재편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 직원 수는 1072명에서 1129명으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평균급여는 8100만원에서 6800만원으로 낮아졌다. 매출은 백신 특수 종료 이후 감소했다가 2025년 6513억원으로 회복했지만 직원 1인당 매출은 약 5억8000만원으로 비교 기업 가운데 가장 낮았고 영업이익도 적자가 이어졌다. 다만 이는 연구개발 역량 약화보다 매출 구조 전환 과정의 영향이 크며, 차세대 백신과 신규 플랫폼의 사업화 속도가 실적 회복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직원 증가율은 한국콜마(54%), 셀트리온(39%), 삼성바이오로직스(약 20%), SK바이오사이언스(약 5%) 순이었다. 그러나 고용 규모와 생산성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았다. 2025년 평균급여는 삼성바이오로직스(1억1400만원), 셀트리온(1억700만원), 한국콜마(7400만원), SK바이오사이언스(6800만원) 순이었지만 생산성의 기준은 달랐다. 셀트리온은 인당 매출 약 13억2000만원으로 가장 높은 노동생산성을 기록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당 영업이익 약 3억8000만원으로 가장 뛰어난 수익성을 보였다. 한국콜마는 선행 투자에 따른 일시적 조정을 거쳤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연구개발 투자를 수익으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결국 노동생산성의 차이는 인력 규모보다 바이오시밀러·CDMO·ODM·백신이라는 서로 다른 사업 특성에서 비롯됐다. 바이오시밀러와 CDMO는 판매 확대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인력 투자를 성장동력으로 바꿨고, ODM은 미래 수요를 위한 투자 단계에 있으며, 백신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구축하는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앞으로 바이오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고용했느냐보다 연구개발과 생산 인력 한 명이 얼마나 빠르게 신제품과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외형 확대 경쟁은 끝났다. 이제 사람 한 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기업의 경쟁력은 이제 직원 수나 평균연봉보다 인당 매출과 인당 영업이익 같은 생산성 지표에서 판가름 나고 있다"며 "사업모델별 수익구조와 연구개발 성과를 얼마나 빠르게 실적으로 연결하느냐가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