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국민연금을 제치고 지주사 2대 주주가 된다.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보유한 HD현대 보통주 280만주를 장남인 정 회장에게 증여하기로 하면서다. 지난해 회장 취임으로 그룹 경영을 맡은 데 이어 지분까지 늘어나면서 HD현대 오너 승계도 사실상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HD현대는 4일 공시를 통해 정 이사장이 오는 9월 3일 정 회장에게 HD현대 보통주 280만주를 증여한다고 밝혔다. 전체 발행주식의 3.54% 규모다. 증여가 끝나면 정 회장의 지분율은 6.12%에서 9.67%로 높아진다. 보유 주식은 763만7985주로 늘어나 국민연금(7.12%)을 넘어 정 이사장(23.05%) 다음으로 많은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정 이사장의 지분은 23.05%로 낮아지지만 최대주주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 특수관계인 지분에도 변화가 없어 지배구조 역시 달라지지 않는다. 증여세 부담도 적지 않다. 이전되는 주식 가치는 4일 종가 기준 약 5838억원이다. 실제 세액은 증여일 전후 2개월씩 모두 4개월간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된다. 최대주주 할증평가와 최고세율을 적용하면 세금은 3400억~35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이 HD현대 지분을 처음 확보한 것은 지난 2018년이다. 당시 정 이사장에게 증여받은 자금으로 현대로보틱스 지분 5%를 매입하며 지주사 주주가 됐다. 이후에도 장내 매수를 이어갔고, 지난해에는 HD현대 주식 68만2500주를 약 472억원에 사들여 지분율을 6.12%까지 높였다. 국내 주요 그룹들이 총수 일가 보유 지분을 직접 넘기는 방식과 달리 시장에서 지분을 늘려왔다는 점은 HD현대 승계의 특징으로 꼽힌다.
경영권도 순차적으로 넘어왔다. 정 회장은 2021년 사장 승진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후 조선과 건설기계, 에너지에 전력·친환경·서비스 사업을 더하며 그룹 포트폴리오를 넓혀왔다. 정 회장은 또 2023년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른 뒤 수석부회장을 거쳐 지난해 회장직을 맡았다.
정 회장은 HD현대 지휘봉을 잡은 뒤 줄곧 조선과 전력기기를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키우는 데 집중했다. 조선 부문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비중을 높이며 실적을 개선했고, 전력기기는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 확대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생산거점 확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조선 생산능력을 늘리고 핵심 기자재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신규 조선소 설립을 포함한 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친환경 선박과 스마트십, 로봇, 에너지 기술 등 미래 사업 투자도 계속되고 있다.
남은 변수는 추가 지분 이전이다. 정 이사장은 여전히 HD현대 지분 23%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추가 증여가 이뤄질 경우 다시 수천억원대 세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연부연납이나 주식담보대출 등이 거론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지분 구조는 이번 증여로 상당 부분 정리됐다. 앞으로는 실적이 정기선 체제를 평가하는 핵심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조선과 전력기기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미래 사업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키워낼 수 있을지가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