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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헌 SKT CEO “AI 전환, 불편함부터 견뎌야”…서울대서 꺼낸 ‘J커브’

대학·대학원생 300여명 대상 특강…약 40년 만에 모교 강단
50시간 걸리던 업무 AI 적용에 처음엔 500시간…지금은 1시간
“기술은 AI가 더 잘할 것…가치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은 사람 몫”

[서울타임즈뉴스 = 허성미 기자] SK텔레콤의 한 개발자는 고객 요청에 따라 시스템을 고치는 데 50시간씩 썼다. 이 업무를 인공지능(AI)으로 처리하기로 했지만 처음부터 시간이 줄지는 않았다. 오히려 500시간 넘게 걸렸다. AI 에이전트를 새로 만들고 수정하면서 수백 번 검증해야 했다. 지금은 같은 일을 1시간이면 처리한다.

 

정재헌 SK텔레콤 CEO가 1일 서울대학교 학생들에게 소개한 업무 사례다. AI를 업무에 처음 적용하면 재교육과 업무 재설계, 데이터·조직 정비 등에 시간이 들면서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정 CEO는 이 과정을 ‘불편함의 골짜기’라고 했다. 이 시기를 지나 생산성이 J자 형태로 올라가는 흐름을 ‘AX의 J커브’로 설명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정 CEO는 이날 서울대 제1공학관에서 대학·대학원생 300여명을 대상으로 ‘AI 시대의 선택과 기회’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SKT와 서울대가 10년째 이어온 AI 공동과정의 첫 수업이다. 정 CEO는 1987년 서울대 공법학과에 입학했다. 약 40년이 지난 뒤 강연자로 모교 강단에 섰다.

 

그는 “오늘 저는 기술을 가르치러 온 것이 아니라, AI 전환의 최전선에 있는 한 기업이 지금 무엇을 고민하는지 나누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강연은 “우리는 지금 같은 시대를 살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정 CEO는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누군가의 하루는 240시간, 2400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자동차가 대중화되는 데는 60여년, 휴대폰은 10여년이 걸렸다. 챗GPT는 한 달 만에 사용자 5000만명을 넘어섰다. 정 CEO는 과거 석유와 반도체가 그랬듯 AI도 기업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CEO는 ‘소버린 AI’도 언급했다. 남의 기술에 기대면 가격과 조건을 스스로 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 CEO가 지난 1년간 SKT의 AI 전환을 이끌면서 가져온 개념이 J커브다. 원래 환율과 무역수지의 관계를 설명할 때 쓰는 경제학 용어다. 환율이 오르면 무역수지가 바로 좋아질 것 같지만 수출입 물량이 조정되는 데 시간이 필요해 초기에는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

 

이후 무역수지가 개선되면서 그래프가 알파벳 J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AI를 업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직원 재교육과 업무 재설계가 필요하다. 데이터와 조직도 손봐야 한다. 기술을 도입하고도 당분간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는 이유다.

 

정 CEO는 이 골짜기를 건너는 방법으로 ‘낯설게 보기’, ‘극한 마주하기’, ‘불편해지기’를 제시했다. ‘낯설게 보기’는 당연하게 해왔던 일부터 다시 보는 것이다. “이 일은 꼭 사람이 해야 하는가”, “이 순서가 최선인가”를 묻는다. SKT도 모든 업무 앞에 “AI를 전제로 한다면 이 일을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있다고 했다.

 

‘극한 마주하기’는 기존 방식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는 것을 말한다. SKT가 제한된 GPU로 6880억 파라미터 규모의 독자 AI 모델 ‘A.X K2’를 개발한 사례를 들었다. ‘불편해지기’는 AI 전환 초기에 따라오는 시행착오를 견디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시스템 수정 업무처럼 처음에는 기존 방식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더라도 그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정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시한 AI 시대 인재의 네 가지 조건도 소개했다. 본질을 통찰하는 ‘생각 근육’, 변화에 적응하고 실패해도 다시 배우는 ‘적응 근육’, AI가 갖기 어려운 ‘공감 근육’, 경험을 가치로 만드는 ‘신체 지능’이다.

 

정 CEO는 “네 가지 모두 코딩 능력이 아니다. 기술은 AI가 점점 더 잘할 것이기에, 사람만이 가진 근육이 인재의 조건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치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은 끝까지 사람의 몫일 것”이라고 했다.

 

정재헌 CEO는 "10년 전 'AI가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가'를 물었다면, 오늘 우리는 'AI와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묻고 있다”며, “10년 뒤 이 질문의 답을 만들게 될 여러분과 역동하는 AI 혁신 현장에서 동료로 다시 만나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는 말로 특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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