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롯데그룹이 신용등급 하락 도미노에 직면하면서 25조원에 달하는 시장성 차입금 차환에 노란불이 켜졌다. 특히 연말과 내년 상반기에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집중되면서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2일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전체 회사채 잔액은 21조314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기업어음(CP)과 전단채 등 단기성 차입금 4조3539억원을 더하면 시장성 차입금은 25조원을 넘어선다. 이는 현대차그룹(약 50조원), SK그룹(약 43조원)에 이어 국내 민간 기업중 3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롯데 계열사 회사채는 7조2030억원, 내년은 7조2910억원이다. 전체의 66%가 향후 1년 반 이내에 만기가 집중되는 셈이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롯데캐피탈 5조2410억원, 롯데쇼핑 3조650억원, 호텔롯데 2조3350억원, 롯데케미칼 1조9150억원, 롯데지주 1조6750억원, 롯데렌탈 1조4400억원, 롯데칠성음료 1조2500억원 순이다.
여기에 롯데웰푸드 8700억원, 롯데건설 6430억원, 롯데컬처웍스, 550억원, 롯데리츠 5250억원, 롯데물산 4750억원, 코리아세븐 4600억원 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면서 차환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 3사는 6월 말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기존 AA0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영업 적자 지속과 석유화학 업황 부진,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무 부담 등이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도 저하는 지주사인 롯데지주에도 직격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롯데지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A-에서 A+로, 단기 신용등급은 A1에서 A2+로 낮아졌다. 롯데렌탈, 롯데물산, 롯데캐피탈 등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줄줄이 등급이 떨어지며 그룹 전체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채권 시장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수익률에 반영되고 있다. EG자산평가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3년물 회사채는 신용등급 대비 35.4bp 높은 수익률에 거래중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처럼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자금은 자연스럽게 최상위 우량채에 쏠릴 수 밖에 없다”며 “신용등급이 낮아진 롯데 계열사들은 차환시 더 높은 금리를 감수하거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