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성조숙증, 정말 유전 때문일까?

  • 등록 2025.12.19 16: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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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2차 성징이 또래보다 빠르게 나타날 때 많은 보호자들은 이를 유전적인 영향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부모 역시 성장 속도가 빨랐던 경험이 있다면 아이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하거나, 유전적 요인이라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고 판단해 검사나 관리 시기를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는 여러 연구들을 살펴보면 성조숙증은 유전적 요인 외에도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조기 유방 발달을 보인 여아들을 대상으로 혈액 검사를 시행한 결과, 플라스틱과 생활용품에 사용되는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와 그 대사물질의 평균 수치가 정상 대조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측정되었다고 보고하였다.

 

프탈레이트는 체내에서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할 수 있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반복적인 노출이 사춘기 시작 시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성조숙증이 단순히 유전 혹은 선천적인 이유로만 설명된다기 보다는 아이가 생활하는 환경 역시 성장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환경호르몬 노출 외에도 아이들의 생활 습관 전반이 사춘기 진행과 연관될 수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늦은 시간까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는 습관은 수면 리듬을 흐트러뜨릴 수 있으며, 이러한 수면 패턴 변화가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수면 부족이나 불규칙한 취침 습관과 사춘기 관련 호르몬 활성 시기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들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식습관 역시 성조숙증과 관련된 요인 중 하나로 언급된다. 고당•고지방 위주의 식단이나 가공식품 섭취가 잦을 경우 체지방률이 증가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한 호르몬이 성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특히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음식이나 인스턴트 식품 섭취가 잦을수록 환경호르몬 노출 가능성 또한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여기에 운동 부족, 실내 위주의 생활 환경, 학업 스트레스 등이 더해질 경우 호르몬 균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처럼 성조숙증은 유전적 요인 하나만으로 단정하기보다는, 다양한 환경적•생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질환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이니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은 검사와 관리를 늦추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생활환경을 점검하고 식습관과 수면 습관을 조절하며, 사춘기 진행 속도를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진행 속도가 완화되는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성조숙증은 증상이 뚜렷해진 이후에만 대응하는 질환이 아니라, 성장 과정 전반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미리 확인해볼 수 있는 영역이다. 또래보다 키가 빠르게 자라거나 체중 증가 속도가 빠른 경우, 여아의 유방 발달이나 남아의 신체 변화가 비교적 이르게 관찰된다면 치료 여부와는 별개로 성장과 사춘기 진행 상태에 대한 검사를 고려해보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성조숙증은 반드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기보다는, 아이가 놓인 환경과 생활 전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이다. 성장의 방향은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으며, 그 출발점은 아이의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작은 관심일 수 있다. 이러한 선택이 아이의 성장 시간을 보다 여유 있게 지키는 데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우연한의원 윤정선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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