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이 다시 HDC그룹을 겨누고 있다. 지난달 17일 공정위는 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 과정에서 20개 계열사를 누락한 혐의로 HDC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8일에는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171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 고발까지 결정했다.
공정위는 내부거래를 통해 특정 계열사에 이익이 집중됐고, 이는 공정한 시장 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이은 제재 속에 책임론은 자연스럽게 HDC와 총수인 정몽규 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공정위의 이같은 판단에 HDC 측은 다른 시각을 내놓고 있다. 해당 거래는 경영상 필요에 따른 정상적 의사결정이었고, 고의적 지원이나 부당 이익 제공 의도는 없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급변하는 사업 환경 속에서 계열사 간 협업은 불가피했고, 그룹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항변했다. 물론 행정소송이라는 법정싸움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결국 규제당국은 ‘결과’를, 기업은 ‘과정과 의도’를 강조한다. 이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시각 차이가 반복될수록 유사한 논란도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핵심은 내부거래가 시장 공정성을 훼손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됐는지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위법성 판단을 넘어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 대기업일수록 의사 결정의 파급력은 크고 이해 관계자도 넓기 때문이다. 법적 기준을 넘어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경영이 요구되는 이유다.
HDC의 항변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재발 방지 대책과 제도 개선, 시장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공정위 역시 예측 가능한 기준 제시에 나서야 한다. 엇갈린 시선 속에서도 원칙은 분명하다. 공정과 신뢰는 선택이 아닌 전제다. 이번 논란이 보다 투명한 시장 질서를 만드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