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올해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급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국내 반도체 산업이 동반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업황 전반이 빠르게 개선되는 흐름이다. 통상 비수기로 분류되는 1분기에 이 같은 성과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업황 반등의 강도가 예년과 다르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처음으로 분기 50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과 이익률 역시 각각 37조원대, 70%를 웃돌며 창사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순이익은 40조345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데다, 수익성 지표까지 동시에 개선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같은 실적은 단순한 출하 증가의 결과라기보다 수요 구조 변화가 반영된 결과에 가깝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었고, 이는 가격 상승과 제품 고도화를 동시에 촉발했다. 과거 PC와 모바일 중심이던 메모리 수요가 AI 인프라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시장의 무게 중심이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품 구성 변화는 수익성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D램, 기업용 SSD(eSSD)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했다. 이들 제품은 일반 메모리 대비 단가와 수익성이 높아 전체 이익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물량 증가보다 제품 믹스 개선이 실적을 견인한 구조다.
특히 AI 활용 방식의 변화가 수요 확대를 가속하고 있다. 대형 모델 학습 중심에서 벗어나,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결과를 생성하는 ‘추론’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 처리량이 증가하고 메모리 사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D램과 낸드 전반에서 수요 기반이 넓어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수요 증가가 아닌, 장기적 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재무 지표 역시 개선 흐름을 뒷받침한다.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은 54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크게 늘었고, 차입금은 감소했다. 순현금 규모가 약 35조원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실적 개선이 재무 안정성 강화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는 향후 투자 확대 여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은 물론, 분기 기준 매출 100조원과 영업이익 50조원을 함께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반도체 부문이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메모리 가격 상승과 고성능 제품 비중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경쟁에서 기술력을 확보한 점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모바일과 가전 등 완제품 사업은 원가 부담과 시장 경쟁 심화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실적 구조 역시 메모리 중심으로 다시 기울어지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업계는 이번 실적을 ‘메모리 슈퍼사이클’ 진입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지속되는 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과거처럼 경기 회복에 따른 일시적 반등이 아니라, 수요 기반 자체가 바뀌는 국면이라는 인식이다.
양사는 이러한 흐름에 대응해 투자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증설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EUV 장비 확보 등을 통해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평택과 미국 테일러 공장을 중심으로 첨단 공정 투자를 이어가며, HBM과 차세대 메모리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기대가 커진 만큼 변수도 적지 않다. AI 투자 사이클이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경우 수요 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고, 메모리 가격 역시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공급 확대 속도와 수요 증가 간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향후 업황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적은 방향성을 보여준다. 메모리 산업은 더 이상 범용 수요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AI 중심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그 변화의 중심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이번 ‘사상 최대’ 실적은 호황의 결과이자, 산업 전환의 출발점으로 해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