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워치] '홀로서기 2년차' HS효성 조현상의 경영 키워드..."현장"

  • 등록 2026.04.24 14:20:43
크게보기

프랑크푸르트서 파트너 직접 점검…공급망·수요 변화 대응
스틸코드 매각 철회·투자 병행…사업 재편 속도 조절
실적 둔화·주가 부담 속 ‘시장 신뢰 회복’ 과제

[서울타임즈뉴스 = 서연옥 기자] “공장과 회의실 대신 전시장과 네트워킹 행사장으로...”

5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산업용 소재 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는 전시회 '테크텍스틸 2026' 현장에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나타났다. 자동차·항공·방산 기업 바이어들과 연쇄 미팅을 소화하고, 저녁에는 별도 네트워킹 행사를 열어 글로벌 파트너들과 테이블을 함께했다.

 

올해 초 다보스에서도 그의 얼굴이 보였다. BASF, Dow, SABIC이 한자리에 앉은 '화학 거버너스 미팅'에서 중동·중국의 설비 확대가 시장을 어떻게 흔들지, 어떻게 대응할지를 논의했다. 캐나다 재무장관,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총리와의 면담도 이어졌다. 지난해 세계지식포럼에서는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 의장 자격으로 아시아태평양 교역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제언을 조율했다.

 

눈에 띄는 건 행선지가 아니라 역할이다. 그는 지금 지주사 대표가 아니다. HS효성이 효성그룹에서 분리 출범한 건 2년 전이다. 조 부회장은 초기 지주사 대표로서 지배구조 설계에 집중했다. 그리고 올해, 방향을 틀었다. 지주사 대표직을 내려놓고 핵심 계열사인 HS효성첨단소재 사내이사로 이동했다. 지주사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넘기고, 오너는 직접 사업 현장에서 전략 실행을 챙기는 구조다. "전략을 짜는 사람"에서 "실행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의 전환이다.

 

말로만 내려온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 사례도 있다. 약 1조원 규모로 추진되던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 매각이 중단됐다. 신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던 계획이었지만, 업황과 기존 사업과의 연계성을 다시 따져본 뒤 방향을 바꿨다. 단기 현금보다 사업 경쟁력을 택한 결정이다. 이달 초에는 효성중공업 주식을 장내에서 직접 매수했다. 전력 인프라 확대와 데이터센터 수요 성장에 베팅한 행보로 읽힌다.

 

그 선택의 배경엔 지금 HS효성이 처한 현실이 있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약 1조4098억원, 영업이익은 464억원이다. 영업이익률 3.3%는 제조업 기반 소재 기업치고 얇은 마진이다. 핵심 계열사인 HS효성첨단소재의 사정은 더 가파르다. 2024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8% 줄었고, 순이익은 80% 감소했다. 탄소섬유·아라미드 같은 고성능 소재는 수요 자체는 장기 성장세이지만,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로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구간에 들어섰다. 주가는 분할 이후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은 채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조 부회장이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총리와 만난 건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인도는 지금 제조업 확장과 인프라 투자가 동시에 가속하는 시장이다. 항공·자동차·건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고성능 소재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HS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분야에서 도레이·테이진·듀폰 같은 선두 기업과 경쟁하면서도 중간 규모 공급자로서의 위치를 지켜왔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기존 시장 대신, 성장하는 시장에서 조기에 고객 관계를 구축해두는 전략이다. 탄소중립 규제 강화에 맞춰 재활용 기반 소재 제품군을 확대하는 것도 같은 방향이다. 미리 포트폴리오를 갖춰두지 않으면 기존 고객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다보스 미팅과 테크텍스틸 출장이 실제 수주나 공동개발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아직 공개된 내용이 없다.

 

신사업인 실리콘 음극재 역시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주목받지만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수익성 압박과 성장 투자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구간에서, 활동이 성과로 전환되는 속도가 관건이다. 업계에선 "이제 전략 수립 단계가 끝나고 성과로 평가받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말이 나온다.

 

조 부회장이 현장으로 내려온 선택은 두 가지로 읽힐 수 있다. 오너가 직접 속도를 높이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고, 전문경영인 체제만으로는 시장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일 수도 있다. 출범 2년 차 HS효성의 성적표는, 결국 조현상 부회장이 현장에서 무엇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기존 사업의 수익성 회복과 신사업의 가시적 성과에 HS효성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서연옥 기자 box@seoultimes.news
Copyright @서울타임즈뉴스 Corp. All rights reserved.





(주)퍼스트경제 / 이메일 box@seoultimes.news / 제호 : 서울타임즈뉴스 / 서울 아53129 등록일 : 2020-6-16 / 발행·편집인 서연옥 / 편집국장 최남주 주소 : 서울시 강동구 고덕로 266 1407호 (고덕역 대명밸리온) 대표전화 : (02) 428-3393 / 팩스번호 : (02) 428-3394. Copyright @서울타임즈뉴스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