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연합뉴스]](http://www.seoultimes.news/data/photos/20241043/art_17294912896295_29560e.jpg)
[서울타임즈뉴스 = 박현규 기자]법원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저지하기 위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제기한 2차 가처분 신청을 또 다시 기각했다. 결국 법원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로써 최 회장은 MBK 연합과의 '명분 싸움'에서 일단 승기를 잡게 됐다.
최 회장은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예정대로 진행하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발판을 확보했다. 아울러 당초 MBK 연합측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던 경영권 다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돌변했다. 여기에 지분 7%대 지분을 보유해 국민연금의 선택도 커다른 변수로 남았다.
◆법원, 2차 가처분 소송 기각...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 판정승=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 과정의 법정 공방 2라운드에서 법원이 최 회장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21일 MBK 연합측이 고려아연 최 회장측을 상대로 낸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2일에도 영풍과 MBK 연합측이 최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이번 2차 가처분은 최 회장측이 지난 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자사주를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선언하자 MBK 연합측이 자사주 매입은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를 막아 달라는 내용의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자사주 매수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은 '주권상장법인이 상법 제341조 제1항이 규정하는 방법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이사회 결의로써 자기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공개매수가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도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자사주 매입이 배임이라는 MBK 연합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매수한 자기 주식을 전부 소각하기로 한 이상 이를 업무상 배임행위라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이어 "상법 및 자본시장법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거나 선행 공개매수가 있었던 경우 자기주식 취득을 금지하는 규정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개매수 목적에 경영권 방어가 포함돼 있어도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MBK, 법원 기각 결정 아쉬워...고려아연 거버넌스 세울 것=MBK 연합측은 이날 법원의 가처분 기각 소식이 전해진 뒤 입장문을 내고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법원 결정에 아쉬움을 표하며 의결권 지분 우위를 바탕으로 고려아연의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MBK 연합측은 "확실한 의결권 지분 우위를 바탕으로 남은 주주들과 협력해서 고려아연의 무너진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고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의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윤범 회장의 지위 유지 목적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는 결국 회사와 남은 주주들에게 피해만 남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심각한 우려감을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임시주주총회 소집 일정 부문에선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과를 지켜본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향후 장기간 회사 재무구조가 훼손되고 이로 인해 남은 주주들도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MBK 연합측의 입장이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사진 오른쪽)과 강성두 영풍 사장. [사진=연합뉴스]](http://www.seoultimes.news/data/photos/20241043/art_1729491290929_7cfc7f.jpg)
◆최 회장측 1R 판정승 불구 MBK 연합측과 ‘쩐의 전쟁’ 장기화 예고=법정 공방 2라운드에서 고려아연이 승리했지만, 업계에선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법원의 가처분 기삭 결정에 따라 고려아연은 일단 23일까지 예정된 자사주 공개매수를 계속 진행해 의결권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측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합법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법원의 기각 결정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자사주 공개매수를 완료한 뒤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MBK 연합측은 지난 14일 끝난 공개매수를 통해 회사 지분율을 38.47%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인 베인캐피털이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지분율을 36.49%까지 올릴 수 있다. 이 경우 양측간 지분율 격차가 불과 2% 이내로 좁혀진다.
이처럼 양측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아 임시 주주총회까지 표대결을 두고 치열한 ‘쩐의 전쟁’이 장기화활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고려아연의 지분 7.83%를 보유해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선택도 주요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으로 세운 회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2022년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최씨 일가와 영풍그룹 장씨 일가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경영권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촉발된 최 회장측과 MBK 연합측간 ‘쩐의 전쟁’이 향후 법정 공방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