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상반기 순이익 "빈익빈 부익부"...대형사 4.5조원 vs 소형사 0.2조원

  • 등록 2025.08.21 15: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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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업계 최초 ‘반기 1조 클럽’ 달성
미래에셋 80% 성장…대형사 쏠림 가속
PF 부실·자본력 한계에 중소형사 고전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의 순이익이 대형사와 소형사간 희비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본 상위 10대 대형 증권사의 합산 순이익은 4조5000억 원에 육박한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고작 2000억원 남짓에 그치는 등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확연했다. 증시 호황과 자산관리(WM) 수요 증가가 대형사의 실적을 밀어 올렸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후폭풍과 자본력 부족으로 중소형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한 때문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KB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의 상반기 순이익 합계는 4조495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21.8% 늘어난 금액이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6조4163억 원)의 70%를 올해들어선 반년 만에 달성한 셈이다.

 

업체별로는 한국투자증권이 1조252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증권사 최초로 상반기 순이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은 6641억 원으로 전년대비 80.3%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이어 키움증권(5457억 원), 삼성증권(4831억 원), NH투자증권(4651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자기자본 12조4190억 원, 10조5215억 원으로 10조 원을 돌파하며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지정을 신청한 상태다. NH투자증권 역시 6500억 원 유상증자를 통해 IMA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반면 유진투자증권, DB증권, SK증권, 다올투자증권, 한양증권, 케이프투자증권, 카카오페이증권 등 소형사 8곳의 상반기 순이익 합계는 2029억 원에 그쳤다. 이중 상상인증권은 7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PF 부실 충당금 반영과 한정된 자본 조달 여력이 실적 발목을 잡은 것이다.

 

대형사들이 전체 증권업계 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처음으로 90% 돌파가 전망된다. 2022년 82.5%, 2023년 84.3%, 2024년 85.9%로 꾸준히 늘어난 수치가 올해 들어 급격히 확대된 셈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 양극화의 배경으로 ‘대손 부담 경감’과 ‘업황 대응력 차이’를 꼽았다. 대형 증권사들은 PF 익스포저 질적 구성이 양호하고 지난해 4분기 선제적 대손 인식을 통해 부담을 줄였다. 하지만 소형 증권사들은 충당금 적립이 미흡해 손실이 집중됐다. 또 브로커리지·IB·운용 등 전 부문에서 인프라와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대형사와 달리, 소형사는 운용 부문 의존도가 높아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점도 희비를 가른 요인으로 지적됐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대형사 중심의 IB 확대가 구조적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해외 증시로 자금이 유출될 경우 중소형사의 기반 약화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어 재무 안정성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대형사 쏠림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발행어음 인가와 IMA 지정 심사가 예정돼 있는데, 모두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한 대형사에게 유리한 제도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형사가 새로운 수익원 발굴 없이 기존 PF와 운용 부문에만 의존한다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최남주 기자 calltaxi@seoultime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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