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안전법 사각지대 여전…법 시행 전 착공 공사 ‘지하안전평가’ 없이 방치

  • 등록 2025.10.17 15: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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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전 착공된 공사 28건, 모두 평가 제외…대규모 굴착공사도 다수 포함
강동 명일동 싱크홀 사고, 법적 관리 사각지대 문제점 드러나
손명수 의원 “법 시행 전 공사 전수조사 및 상시 감시체계 강화 시급”

[서울타임즈뉴스 = 허성미 기자] 지하안전법 시행 이전에 착공된 다수의 지하공사가 여전히 법적 관리망 밖에 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손명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 경기도,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 공사 현장이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지하안전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지하안전평가를 받지 않은 채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안전법은 2018년 1월 1일 시행돼, 굴착 깊이 20m 이상인 지하공사나 터널공사의 경우 지반 및 지질 현황, 지하수 변화, 지반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 이전 착공된 공사들은 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다.

 

손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수도권에서 착공된 지하공사는 총 28건(경기도 23건, 서울시 5건)에 달했다. 이들 모두 지하안전평가를 거치지 않았다. 이중 12건은 지하철·복선전철 등 대규모 굴착공사로 지반침하 위험이 특히 큰 것으로 확인됐다.

 

손 의원은 “이번 통계는 광역지자체 발주 공사만 포함된 수치로, 민간사업이나 기초지자체 발주 공사까지 포함하면 실제 사각지대는 훨씬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허점은 지난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에서 현실로 드러났다.

 

해당 사고 지역은 서울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공사 제1공구(2021년 착공)와 세종포천고속도로 제13공구 고덕터널(2017년 착공)이 인접한 구간이다. 문제는 두 공사 모두 동일한 지반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9호선 공사만 지하안전평가를 거쳤고 고덕터널 공사는 법 시행 이전 착공으로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당초 9호선 공사 평가 과정에서 고덕터널 인근 구간을 ‘요주의 지역’으로 지정하며 정밀시공과 상호 협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실제 고덕터널 공사에서는 누수·균열 민원에도 불구하고 별도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지반 약화 가능성이 커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공중 지반 계측 기준의 미비도 문제다. 현행 국토부 「착공 후 지하안전조사서 표준매뉴얼」은 위험도에 따라 계측 빈도를 달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최근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 대부분이 굴착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손명수 의원은 “법 시행 전 착공된 대규모 공사들이 안전평가의 공백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은 명백한 관리 부실”이라며 “국토부와 관계부처는 지하안전평가 미이행 공사에 대한 전수조사 및 특별점검을 조속히 추진하고, 지반계측 기준을 위험도 구분 없이 상시 자동감시 체계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지하 안전관리 체계는 ‘시행 이후’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과거 공사들에 대한 후속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허성미 기자 hherli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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