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정부가 앞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규모와 관계없이 강제수사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안전관리 소홀로 인한 인명 피해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무관용 원칙’이 본격 가동되는 셈이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추락이나 질식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지켜도 막을 수 있는 사고가 되풀이되는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압수수색과 구속 등 강제수사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경북 경주의 한 아연가공업체에서 발생한 질식사고를 계기로 내놓은 강력 대응 방침이다. 해당 사고는 지하 수조 내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4명이 질식으로 쓰러져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진 사건이다. 김 장관은 “가스 농도 측정, 환기, 감시인 배치 등 밀폐공간 작업의 기초적인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며 “사고의 발생 경위를 철저히 규명해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사고 발생 직후 김 장관은 현장을 찾아 수습을 직접 지휘했다. 노동부는 즉시 특별감독을 실시하고, 밀폐공간을 보유한 고위험 사업장 약 5만곳을 대상으로 질식사고 예방 사례와 ‘3대 안전수칙’을 전파하도록 지시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중대재해에 대한 수사체계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 사건을 신속히 다루기 위해 고용노동부·검찰·경찰 간 핫라인을 구축하고 전담 수사체계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사고 초기부터 관계기관이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사업주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법을 지켰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에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수사기관이 철저히 수사해 형사적 책임을 지게 할 뿐 아니라 행정·재정적 제재까지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아울러 산업안전 사각지대인 소규모 영세사업장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김 장관은 “안전보건 여력이 부족한 현장을 중심으로 감독·점검과 ‘안전일터 프로젝트’를 집중 시행하겠다”며 “내년부터는 안전일터 지킴이 제도를 확대해 예방 역량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재정적·인력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기술적 도움을 통해 실질적인 안전관리 역량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정부는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범정부 대응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행정안전부와 지방정부, 법무부, 검찰·경찰 등과 긴밀히 협업해 사고 예방과 신속한 수사, 철저한 책임 추궁을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부 방침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반복되는 산업현장 사망사고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한 행정지도 수준을 넘어, 법 위반 사업주에게는 실질적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경주 사고를 계기로 안전조치 미이행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산업현장 내 안전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