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며 글로벌 통상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중장기 투자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다. 보호무역 강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도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기술과 산업 생태계라는 판단에 따른 행보다. 이같은 산업계의 흐름 속에서 LG 구광모號(호)는 대규모 국내 투자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선택하고 나서 주목된다.
LG는 향후 5년간 100조 원에 달하는 국내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LG는 이같은 투자 프로그램 가운데 60% 가량을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기술 개발과 생산 역량 확충에 집중 투입하는 등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핵심 부품과 원천 기술을 내재화하고, 협력사들과의 공동 성장을 통해 산업 전반의 체질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단기 실적보다 장기 경쟁력에 방점을 둔 투자 기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구광모 ㈜LG 대표는 “국내 산업 생태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AI를 포함한 기술 혁신이 산업 전반에 확산돼야 한다”고 줄곧 강조했다. 구 대표는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를 LG의 핵심 성장 축으로 설정하고, 이른바 ‘ABC 전략’을 중심으로 그룹 전반의 투자 방향을 재편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發(발) 관세 장벽과 환율 변동성 등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근본적인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다.
ABC 전략의 중심에는 우선 AI가 있다. LG는 지난 2020년 출범한 LG AI연구원을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AI 기술 역량을 축적했다. 그 결과 최근 공개한 하이브리드 AI 모델 ‘엑사원 4.0’은 글로벌 평가에서 경쟁력 있는 성능을 입증하며 LG의 기술력을 세계 시장에 각인시켰다. 엑사원은 단일 모델 개발에 그치지 않고, 기업용 AI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LG는 엑사원을 기반으로 한 업무용 AI 에이전트 ‘챗엑사원’을 통해 문서 분석, 보고서 작성, 데이터 분석 등 기업 업무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AI 데이터 공장 플랫폼과 온프레미스 솔루션을 결합, 보안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갖춘 기업 맞춤형 AI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AI를 실험적 기술이 아닌,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실질적 도구로 정착시키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AI 기술은 이미 계열사 현장에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온디바이스 AI를 적용한 노트북을 선보이며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을 강화했다. LG디스플레이도 사내 품질 데이터를 활용한 생성형 AI 시스템을 통해 생산성과 품질 관리 효율을 높이는 힘을 쏟고 있다. LG생활건강은 AI 기반 신소재 발굴을 통해 연구 개발 기간을 단축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엔 통신 특화 AI 모델을 활용한 통화 에이전트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AI가 연구·제조·서비스 전반을 아우르는 공통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LG의 행보는 매우 공격적이다. 먼저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세포치료제와 항암 신약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이에 힘입어 희귀질환 치료제 기술 수출 성과도 거뒀다. 특히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과 정밀 의료 연구는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정밀 의료 AI 모델을 통해 암 유전자 변이 예측 정확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뿐 아니라 해외 유수 연구기관과 협력해 알츠하이머 예측 및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AI와 바이오의 융합은 질병 진단과 치료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동시에, LG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클린테크는 ABC 전략의 또 다른 핵심 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중심으로 기술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 안정화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둔화 국면에서도 장기 성장성을 고려한 선제적 투자로 ‘포스트 캐즘’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또 LG전자의 경우 고효율 HVAC 사업 역시 데이터센터 냉각 수요 확대와 맞물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울러 배터리 재활용, 친환경 소재, 신재생 에너지 등 클린테크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지속가능한 미래 산업을 준비중이다. LG는 기술 혁신과 환경 대응을 동시에 추구하며,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LG는 ABC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와 개방형 혁신도 강화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주요 혁신 거점에서 유망 기술을 발굴하고,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사업화 가능성을 높이는데 역점을 쏟고 있다. LG 구광모號(호)는 관세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대규모 투자와 기술 혁신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성장 기반을 다지는 등 '뉴LG'를 준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