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대기업 총수들은 최근 격변을 겪었다. 10조원을 웃도는 상속세 완납으로 경영권을 공공히하는 대기업 총수가 있는가 하면 뇌물수수 혐의로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는 회장도 나왔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지배구조 재편과 글로벌 전략 강화, 사법 리스크 대응 등 복합 과제 속에서 새로운 리더십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2조 원 규모 상속세 납부를 마무리하며 ‘뉴 삼성’ 체제 가속에 나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글로벌 사우스 공략을 위해 해외 현장 경영을 확대했다. SK네트웍스와 HS효성은 각각 명예회장 복귀와 비오너 회장 선임을 통해 경영 체질 개선과 거버넌스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 메시지를 강조하며 사회적 역할을 부각했다. 반면 김준기 DB 창업회장 약식기소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수사는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경영을 둘러싼 리스크를 부각시키며 재계 전반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우선 주목받는 대목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 회장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유산에 대한 상속세 납부를 이달 마무리한다. 2021년부터 5년에 걸쳐 진행된 약 12조원 규모의 상속세 분납이 완료됐다. 이 회장은 배당금과 개인 대출 등을 활용해 핵심 계열사 지분 매각 없이 재원을 마련하며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지분을 확대했다.
쟤계에선 이번 상속세 완납을 신호탄삼아 이 회장의 경영권 안정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재계 전문가들은 상속 부담 해소를 계기로 반도체, AI, 바이오 등 미래 사업에 집중하는 ‘뉴 삼성’ 전략이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제시했다. 재계는 이 회장뿐 아니라 이부진·이서현 사장의 독립 경영 가능성도 점치는 등 그룹 구조 변화에도 관심을 보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최근 천안 북인고를 찾았다. 김 회장은 북일고 개교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교육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김 회장은 설립자 김종희 회장의 건학 정신을 기리며 “북일학원의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가자”고 밝혔다. 그는 과거 이사장 재임 시절 북일고와 북일여고를 명문사학으로 성장시키는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동상 참배와 기념사, 기록 영상 시청 등이 이어졌으며 재학생과 교직원, 동문 등 1300여 명이 참석했다. 김 회장은 “선배들이 쌓은 성과 위에서 더 큰 세상을 바라보는 리더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북일학원은 지난 50년간 2만4000여 명의 인재를 배출하며 교육기관으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최근 브라질과 미국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글로벌 사업 전략 점검에 나섰다. 이번 행보는 중국 기업의 공세에 대응해 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브라질 마나우스 생산법인과 유통 현장을 찾아 프리미엄 제품 전략과 생산 경쟁력을 점검했다.
LG전자는 브라질을 거점으로 중남미 매출 확대를 추진하며 2030년까지 주요 신흥국에서 매출 2배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미국 ESS 자회사 버테크를 방문해 에너지 저장장치 통합 솔루션 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AI 확산과 재생에너지 확대 속에서 ESS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 행보로 평가된다.
최신원 SK네트웍스 전 회장은 최근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면서 4년5개월 만에 경영 자문 역할로 복귀했다. SK네트웍스는 최 명예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AI 중심 사업지주회사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특히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전략 수립과 사업 시너지 창출, SKMS 기반 기업문화 전파 등에서 핵심 자문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복귀가 사면 이후 입지 회복과 함께 장남 최성환 사장의 경영 기반 강화와도 맞닿아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다만 현재 지분율이 낮아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회사 측은 혁신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너보다 높은 자리에 오른 비오너 회장이 나왔다. 바로 HS효성 그룹의 김규영 회장이다. HS효성은 최근 김규영 회장을 선임하며 창립 60년 만에 처음으로 비오너 출신 회장 체제를 도입했다. 이번 인사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 의사결정 구조를 고도화하고, 소유와 경영의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50년 이상 효성에 몸담은 엔지니어 출신 경영인으로 생산·기술·글로벌 사업 전반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HS효성은 안정적 수익 구조 구축과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이끈 그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동시에 노기수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해 기술 중심 2기 경영 체제도 본격화했다. 재계에서는 오너보다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운 이례적 구조로 평가하며, 글로벌 불확실성 대응과 거버넌스 혁신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을 지키지 않아 기소되거나 뇌물수수 혐의로 사법 당국으로 부터 수사를 받는 회장도 있다. 이중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억대 뇌물 수수 혐의로 최근 18시간에 걸친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서울경찰청은 강 회장을 소환해 금품 수수 여부와 경위를 집중 조사했다. 강 회장은 조사 후 취재진 질문에 구체적 답변을 피한 채 “오해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강 회장이 2024년 회장 선거를 앞두고 계열사 거래처 대표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억 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압수수색과 출국금지 조치도 이뤄진 상태다. 이번 수사는 농협 조직의 투명성과 공정성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 향후 사법 처리 여부와 조직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도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검찰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계열사 자료를 누락한 혐의에 대해 벌금 1억5000만 원을 구형했다. 김 회장은 동곡사회복지재단과 산하 회사들을 계열사 현황에서 제외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는 해당 재단들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사익 추구에 활용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사 착수 후 약 2년 5개월이 지나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면서 ‘늑장 고발’ 논란도 제기됐다. 공정위는 은폐된 사실을 밝혀낸 정상적인 조사였다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 직전 사건을 처리하며 관련 의혹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