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약 3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며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이후 이어진 상속세 납부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5년에 걸친 초대형 상속세 프로젝트가 종료 국면에 접어들면서 삼성 경영 체제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홍 명예관장은 삼성전자 주식 1,500만주(지분율 0.25%)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매각가는 전일 종가 대비 약 2.5% 할인된 주당 20만5000원 수준이다. 홍 명예관장의 주식 총거래 규모는 약 3조800억원에 달한다. 이번 거래로 홍 명예관장의 지분율은 1.49%에서 1.24%로 낮아졌다.
이번 홍 명예관장의 지분 매각은 약 12조원 규모 상속세의 마지막 납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삼성 일가는 지난 2021년부터 연부연납 방식으로 총 6차례에 걸쳐 세금을 분할 납부했다.
이 회장 등 삼성 일가는 이달 말 마지막 납부를 끝으로 전액 납부가 완료될 전망이다. 12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상속세 납부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기준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는 게 재계의 말이다.
유족들은 그동안 지분 매각과 배당, 금융 조달을 병행하며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다. 홍 명예관장과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계열사 지분을 단계적으로 처분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경영권에 필요한 핵심 지분을 유지하며 배당과 차입을 통해 대응하는 상속세 납부 전략을 선택했다.
재계에선 이번 블록딜로 삼성전자 주가를 압박해온 오버행 우려가 상속세 납부를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상속세 부담이 제거되면서 삼성의 투자 의사결정 속도 역시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향후 지분 교환이나 일부 매각 후 재매입 등을 통해 계열간 지배구조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 삼성에서 신세계와 CJ그룹이 분리된 사례처럼 중장기적으로 계열 분리가 진행될 여지도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재계는 이번 상속세 납부이 '뉴삼성’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향후 삼성은 이재용 회장의 진두지휘아래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미래 사업 투자와 지배구조 재편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계열 분리와 사업 구조 개편 움직임 등도 본격화할 가능성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삼성 일가의 천문학적인 상속세 완납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