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취임 3주년을 맞는다. 올해 대법원 무죄 확정으로 10년 가까이 이어졌던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그는 글로벌 경영 행보를 본격화하며 ‘뉴삼성’의 새로운 비전을 현실로 옮기고 있다. 반도체 반등과 AI 동맹, 그리고 대형 고객사 유치 등 최근 행보는 위기론을 일거에 잠재우며 삼성전자의 재도약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취임 3주년과 관련해 별도의 행사나 메시지를 준비하지 않았다. 그는 취임 당시에도 공식 취임식이나 연설 없이 실질적 성과로 리더십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번에도 “형식보다 실행”을 중시하는 실용적 리더십 기조를 유지하며 경영 현장 중심의 일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 일본 한미일 경제대화(TED) 참석 등 굵직한 글로벌 무대에 잇따라 등장했다. 이달 초에는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만나 초거대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이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회동에서도 AI 반도체 생태계 협력을 강화했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CEO 서밋에서도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의 회동이 예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간 HBM4(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공급 협상이 전격 타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 행보와 맞물려 삼성전자의 실적도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2조1000억원으로 1년 만에 ‘10조 클럽’에 복귀했다. 매출은 분기 기준 처음으로 80조원을 돌파해 86조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HBM3E·HBM4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 확대와 파운드리 고객 다변화, 시스템반도체 수주 증가가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테슬라와의 협력이 주목된다. 테슬라는 차세대 AI 반도체인 ‘AI6’ 칩 생산을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공장에 맡기기로 했다. 최근에는 기존 TSMC가 담당하던 ‘AI5’ 칩 일부 생산까지 삼성과 병행하기로 결정하며, 파운드리 시장의 판도 변화 가능성도 열렸다. 애플과는 차세대 아이폰용 이미지센서(CIS) 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며, 오픈AI와의 협력으로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공급도 예고돼 있다.
이같은 성과는 이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 글로벌 경영 행보의 성과로 풀이된다. 사법 족쇄가 풀리자마자 그는 주요 해외 파트너사들을 직접 찾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했다. 또 반도체 중심의 ‘초격차 전략’ 강화도 한층 속도를 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잃어버린 10년’을 끝내고 AI 시대의 승자로 복귀할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관심은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으로 향한다. 사법 리스크 해소 이후 처음 단행되는 이번 인사는 ‘뉴삼성’의 청사진을 가늠할 바로미터로 꼽힌다. 전영현 부회장의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 유임 여부, 노태문 사장의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 정식 선임 여부 등이 주목된다.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도 삼성의 향후 관전 포인트다. 2017년 해체된 미래전략실의 기능을 일부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그룹 차원의 전략 조율 기능이 기업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라며 컨트롤타워 부활 필요성에 공감대를 표했다.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여부도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핵심 의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미등기임원인 이 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사내이사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AI와 바이오, 차세대 반도체 등 신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M&A를 적극 검토중이다. 특히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반도체·AI·바이오 분야 대형 투자 및 인수 추진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