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서연옥 기자] 장애인의 날을 맞아 금융권과 주요 기업들의 움직임이 예년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동안은 기부나 봉사 중심의 활동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고용과 금융 접근성, 직무 경험을 함께 고민하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졌다. 단순히 지원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실제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이용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각 기업들의 변화는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집단의 장애인 고용률은 2%대 중반 수준으로, 법정 의무고용률(3.1%)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채용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어떤 일을 맡고, 어떤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우선 KB금융그룹은 채용과 직무 경험을 함께 넓히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일정 규모 이상의 채용을 이어가면서 올해는 기업체험 프로그램과 인턴십을 도입해 장애 청년들이 실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입사 이후 적응 문제를 줄이고 직무 선택의 폭을 넓히려는 취지다.
하나금융은 계열사별로 접근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KB손해보험은 기존의 단순 업무 중심에서 벗어나 기획과 지원 영역까지 역할 확대를 검토하고 있고, KB증권은 외부 협력 모델을 통해 간접 고용을 이어가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는 표준사업장 투자 방식으로 고용 기반을 넓히는 방안도 병행 중이다.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로 읽힌다.
하나금융그룹은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접근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미술 공모전은 참여 규모가 커지며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수상 이후 전시와 상품 제작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창작 활동이 수익으로 연결되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신한은행은 금융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의 불편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체험형 교육을 통해 키오스크나 무인점포 이용 방식을 직접 익히도록 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응대 방식도 영업점 단위에서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장애인 음악단 창단을 추진하며 고용과 교육을 함께 연결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는 접근성 문제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토스뱅크는 금융 문서를 점자 형태로 변환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음성 안내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숫자나 표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장치다. 기능을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이용 과정에서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금융권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골든블루는 2018년부터 장애인 체육 선수를 직접 고용해 안정적인 훈련 환경을 제공해왔다. 소속 선수들은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으며, 부산 지역 직업재활기관과 협력해 교육 환경 개선에도 참여하고 있다. 기업이 고용을 통해 생활 기반과 훈련 여건을 동시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쿠팡은 장애인 고용률 3.64%를 기록하며 법정 기준(3.1%)을 상회했다. 대기업 평균 고용률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직접 고용을 원칙으로 다양한 직무를 확대해온 점이 특징이다. e스포츠, 데이터 관리, 지원 업무 등 직무 범위를 넓히고 원격근무를 도입해 근무 접근성을 높였다.
상미당홀딩스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제과제빵 교육을 운영하며 직무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지역 장애인 체육과 복지시설을 중심으로 봉사와 기부를 병행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는 계열사와 함께 장애 인식 개선 프로그램과 접근성 체험 활동을 진행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장애인 지원은 고용 확대에 머물지 않고 직무 설계와 근무 환경 개선, 인식 전환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고용 구조를 만들기 위한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러한 변화가 단기간에 성과로 이어지기보다는 꾸준한 설계와 보완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다"며 "장애인의 날을 계기로 이어지는 다양한 시도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구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