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워치] 퇴임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위기속 정책 균형 지휘한 ‘경제학자 총재’

  • 등록 2026.04.20 14:25:32
크게보기

인플레 대응·금리 정상화 주도…4년간 복합위기 관리
소통 강화·구조개혁 연구 확대…‘싱크탱크형 한은’ 시도
“정책만으로 한계”…구조개혁 과제 남기고 퇴장

[서울타임즈뉴스 = 허성미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4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그의 재임 기간은 전통적인 통화정책 운용을 넘어, 급격한 대외 충격과 구조 변화 속에서 정책 방향을 조정해야 했던 시간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장 불안,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는 환경에서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병행해야 했다.

 

2022년 취임 직후 그는 급등하는 물가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는 결정을 내렸다.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두 차례 ‘빅스텝’을 단행하며 금리를 3.5%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가계와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결과적으로 물가 상승률을 주요국보다 이른 시기에 2%대 수준으로 낮추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물가가 안정되자 통화정책은 점진적 완화 국면으로 전환됐다.

 

정책 운용 방식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이 총재는 금리 결정 방향을 사전에 설명하는 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해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했다. 금리 경로와 정책 의도를 비교적 명확히 드러내는 방식을 택하면서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시도였다. 이 과정에서 직설적인 발언으로 논쟁을 낳기도 했지만, 정책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려는 접근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확장하려는 시도도 병행했다. 재임 기간 동안 저출생, 사교육, 돌봄 노동, 지역 격차 등 구조적 문제를 분석한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으며 정책 연구 기능을 강화했다. 한국은행을 단순한 금리 결정 기관을 넘어 정책 자문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국제무대에서도 활동을 넓혔다. 이 총재는 비기축통화국 중앙은행 총재로는 처음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 의장을 맡아 글로벌 금융 논의에 참여했다. 주요 정책 포럼에서 한국 경제 상황을 설명하며 국제 협력 채널을 확대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다만 이 총재는 임기 내내 정책 수단의 한계를 강조했다. 외환시장에서는 국내 기업과 개인, 국민연금 등 거주자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환율이 금리 등 단기 변수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과거와 같은 시장 개입 중심 대응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또 반도체 중심 성장 구조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경기 안정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지만 산업 편중과 양극화 심화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저출생과 저성장 문제 역시 통화·재정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노동·교육 등 구조개혁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임식에서 “정책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며 “한국은행이 중장기 구조 과제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은행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결국 실력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허성미 기자 hherli123@naver.com
Copyright @서울타임즈뉴스 Corp. All rights reserved.





(주)퍼스트경제 / 이메일 box@seoultimes.news / 제호 : 서울타임즈뉴스 / 서울 아53129 등록일 : 2020-6-16 / 발행·편집인 서연옥 / 편집국장 최남주 주소 : 서울시 강동구 고덕로 266 1407호 (고덕역 대명밸리온) 대표전화 : (02) 428-3393 / 팩스번호 : (02) 428-3394. Copyright @서울타임즈뉴스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