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박현규 기자] 국내 대표 사모펀드 운용사라고 자부하던 MBK파트너스가 국내 굵직한 출자 사업에서 연달아 경쟁사들에 밀리고 있어 주목된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노란우산공제회는 6일 총 4700억원을 출자할 사모펀드(PEF) 최종 선정을 마무리하고 각 운용사에 결과를 정식 통보했다. 이번 출자 사업 2차 관문인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이 지난달 22,23일 양일간 진행돼 최종 후보가 가려졌다.
이중 총 2800억원이 배정돼 4개사를 선발하는 일반 부문에서는 IMM프라이빗에쿼티,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 JKL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 등이 선정됐다. MBK파트너스는 정량·정성 심사에서 모두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심사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면서 논란에 휩싸인 MBK파트너스가 이번 출자 사업에서 탈락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공적자금을 운영하는 노란우산공제의 사업에서 탈락했다는 점에서 충격파가 적지 않다.
앞서 MBK는 지난달 진행된 과학기술인공제회 출자 사업에서도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공적자금을 운영하는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최근 자본시장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출자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최근들어 MBK는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출자를 위해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자금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외 LP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한 여파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올들어선 해외 운용사들까지도 국내 연기금과공제회를 찾는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MBK의 가장 큰 파트너였던 글로벌 ‘큰손’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가 지난해부터 MBK에 평소보다 적은 금액을 출자하는 등 달라진 모습이다. 적대적 M&A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에 부담을 느낀 큰 손들이 자금투입 전략을 변경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MBK 김병주 회장은 최근 국내 대기업의 주주가치와 지배구조 문제를 명목으로 내세우며 경영권 분쟁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에 뛰어들고 있다. 자본시장 업계에서는 MBK가 앞으로도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4월 출자자(LP)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도 일본 도시바 사례를 언급하며 지배구조 관련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국내 공제회는 물론 연기금 사이에서 부정적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병주 회장의 판단이 실책으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MBK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외치면서도 정작 거리가 먼 이들과 손을 잡는 등 명분도 힘을 잃고 있다.
더욱이 국내 공제회나 연기금 등 공적 자금 출자 사업에서 줄줄이 탈락할 경우 해외 연기금 등 글로벌 투자자 역시 MBK에 대한 투자를 주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다는 부정적 여론에 휩싸인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출자는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MBK의 잇따른 적대적 M&A 시도로 국내 사모펀드 업계의 관심이 크게 쏠렸는데, 최근에는 MBK가 오판을 했을 수 있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며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명분 있는 딜에 뛰어들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오히려 역풍에 시달리는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