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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리는 ‘평행 우주’

[서울타임즈뉴스 = 김창수 기자] ‘평행 우주(平行宇宙)’ 이론이란 가설이 있다. 자신이 사는 우주(세계)가 아닌 평행선상에 위치한 또 다른 세계를 일컫는다. 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인터스텔라’ 등으로 평행 우주 세계관이 알려져 있다.

 

현실 세계의 내가 복권 구매를 망설인다면, 우주의 평행 세계 중 하나에 속한 또 다른 나는 이 복권을 사 1등에 당첨됐다. 동일한 인물이 입헌군주제 대한제국과 21세기 대한민국을 넘나든다. 나아가 같은 땅에 살더라도 돈 걱정 없는 ‘금수저’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 고학생은 ‘같은’ 세상을 산다고 할 수 있을까. 허무맹랑하지만 나름 양자역학에 기반한 과학적 이론이다.

 

국내 반도체산업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 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SK하이닉스 3분기 영업이익은 7조원을 넘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사업부 중 반도체(DS) 영업이익을 4조원 안팎으로 추정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이어 두 번째로 영업이익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AI 붐을 탄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장점을 지닌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GPU 탑재 공급 물량을 독점하다시피 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반면 기존 레거시 D램이 주력인 삼성전자는 HBM 분야에서 뒤처졌다. 삼성전자는 이에 더해 조직 문화 퇴화, 최고경영진 설화, 인재 유출 문제 등이 뒤섞여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 와중에 공개 석상에서 나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원의 발언은 이들도 서로의 평행 우주에 발 딛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같은 하늘을 두고 한 쪽은 따사로운 봄, 다른 한 쪽은 칼바람이 부는 겨울에 자리했다. 어째서인지 입장은 서로 뒤바뀐 듯하다.

 

박경 SK하이닉스 시스템아키텍처 담당(부사장)은 8월 최종현학술원 AI 반도체 강연에서 “HBM에서는 1등이다. 내부적으론 ‘잘해서 1등이 된 걸까, 하다 보니 1등이 돼 잘한단 소리를 듣는 걸까’ 그런 얘기를 하는데 후자라고 생각한다”며 “겸손해야 하고 모르는 것을 찾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정기태 삼성전자 부사장은 최근 열린 ‘반도체 산학연 교류 워크숍 세션’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기술력으로 이기지 못할 기업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공정과 설계 등을 최적화하는 기술 중요성이 부각되는데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설계, 공정 능력을 모두 갖춘 만큼 기술적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그러면서 “파운드리뿐 아니라 메모리 사업부, 시스템LSI 사업부와 결합하면 결코 작지 않아 (규모가 중요한)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했다. 업황을 공유하는 두 기업의 너무나 다른 현실 인식이 오늘의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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