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김창수 기자] 현대차그룹 산하 로봇 공학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승세가 무섭다. 사족보행 로봇 스팟, 휴머노이드(인간 형태 로봇) 아틀라스 등을 선보였는데 짧은 기간 향상된 기술력으로 업계를 놀라게 했다. 향후 경찰견 대용, 공장 작업 등으로 쓰임새가 넓어질 전망인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 카드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21년 8억 8000만 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1조 2300억원)를 들여 미국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정 회장 취임 후 성사된 첫 대규모 인수합병(M&A) 사례다. 특히 정 회장은 인수 과정에서 사재 약 2400억원을 출연, 투자를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정 회장은 일찌감치 로봇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업력을 집중해왔다. 최근 수 년 새 자동차 산업이 정보통신(IT) 기술과 결합하고 이동 전반과 관련된 모빌리티 산업으로 확장하며 정 회장의 선택이 주효했단 평가가 나왔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들은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대표작으로 ‘로봇개’ 스팟,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들 수 있다.
지난 2022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전시회에서 정의선 회장과 함께 등장했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첫 번째 상용화 모델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로봇 스팟은 뉴욕시 소방국과 경찰국에 판매돼 재난 현장에 활용되고 있다. 또 올해 7월 워싱턴DC 나토 정상회의에서 정찰업무를 맡았다. 최근에는 스팟이 트럼프 당선인 자택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를 순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스팟 외에도 직립 보행이 가능한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와 창고·물류 시설 특화 물류형 로봇 스트레치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아틀라스는 사람 개입 없이 스스로 움직이며 유압식 구동계를 전기 모터로 대체, 정밀 제어가 가능하다. 향후 AI를 활용하면 더욱 다양한 동작을 구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 4월 2세대 아틀라스 공개와 함께 바닥에 누워있던 아틀라스가 관절을 비틀어 일어나고 몸통을 360도로 회전하며 걸어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이어 8월 아틀라스가 팔굽혀펴기를 안정적으로 해내는 숏폼 영상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달 31일에는 아틀라스가 엔진커버 부품을 이동식 보관함으로 옮기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로봇 손으로 잡기에 좋은 정확한 지점을 판단해 부품을 잡아 들어 올린 뒤 이동식 보관함 부품별 수납공간에 꽂아 넣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본 외신들도 “아틀라스는 사람의 도움 없이도 쉽게 기계적·물리적 작업을 수행한다”(미국 뉴욕포스트), “공장 근로자와 나란히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영국 기술 전문지 테크레이더)고 놀라움을 표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실제로 휴머노이드가 인간과 닮게 디자인된 이유는 인간을 위해 설계된 세상에서 일하기 위해서”라며 “‘로봇은 인간을 보호하고 지원한다’는 모토가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보틱스 기술에 담긴 철학”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장 여부 또한 업계 관심사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6월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했다. 현대차(30%),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가 지분 인수에 참여했으며 정의선 회장도 사재를 동원해 20% 지분을 확보했다.
당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현대차그룹에 넘기고 잔여 지분 20%만 가진 소프트뱅크는 거래종결일부터 4년 이내에(2025년 6월까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상장시킨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때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잔여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 애초에 상장을 염두에 둔 거래인 셈이다.
이에 현대차가 내년 6월까지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을 마무리할 것인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차 측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에 계열사 자금을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만큼 기업공개(IPO)보다는 지분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성장성이 크지만 아직 순손실을 보이는 상황이라 IPO를 서두르기보다는 지분을 더 모으고 기업가치 확대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