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김창수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탄핵 정국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재계는 별도 종무식 없이 차분히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해 맞이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연차 휴가를 소진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데다 회사 측도 비용 절감 등 이유로 연차 사용을 권고하며 직원들 중 일부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연말 휴가 모드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지난 20일 계열사 별로 올해 업무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권장 휴가 기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구성원은 최장 12일간의 휴가를 떠날 수 있게 됐다.
LG그룹은 매년 12월 마지막 주에 휴가를 쓰도록 권장하고, 통상 다른 기업이 연초에 내는 신년사도 연말에 발표해 왔다. 이번에도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주요 기업 중 가장 이른 지난 19일 전세계 임직원에게 이메일로 신년사 영상을 보내 "LG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세우자"고 당부했다.
다른 주요 기업들도 별도 종무식 없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에 이어 지난주에는 내년 사업 전략을 짜는 글로벌 전략회의까지 마무리한 상태다. 이에 따라 내년 초 열릴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 준비 직원 등을 제외한 상당수 직원은 자율적으로 남은 휴가를 사용하며 재충전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내년 시무식은 예년처럼 새해 첫 출근일인 1월 2일에 경기 수원 캠퍼스에서 경영진과 일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올해 초부터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추진하며 운영 효율화를 강조해 온 SK그룹도 대체로 연말에 남은 휴가를 소진하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작년 5월부터 연차 사용량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는 '연차 소진 리워드'를 운영하는 등 휴가를 독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종무식을 따로 열지 않고 내년 1월 3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임직원이 참여하는 신년회를 연다. 신년회에는 정의선 회장 참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전기차 전용공장인 기아 광명 이보플랜트에서, 작년에는 남양연구소에서 신년회를 개최했다. 두 번 모두 정 회장이 참석해 임직원에게 새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포스코그룹도 종무식을 하지 않는 가운데 연말 휴가는 자유롭게 쓰는 분위기다. 포스코 관계자는 "직원들은 이미 격주 주4일 체제에 적응해왔기 때문에 따로 권장 휴가 없이도 필요 시 휴가를 낸다"고 전했다.
HD현대의 경우 HD현대사이트솔루션 등 건설기계 계열사들은 연차 촉진제도를 도입해 직원들의 연차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LS는 오는 30일과 31일 이틀간 권장 휴가를 실시한다. 이어 내년 1월 2일에는 시무식을 하고 새해 다짐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그룹 차원의 별도 행사 없이 부서별로 자율적으로 종무식을 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은 전 사원이 필요시 남은 연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매년 연말마다 '샌드위치 연휴' 등을 감안해 이듬해 회사 전체가 쉬는 날짜를 정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23∼24일도 지정휴가일에 해당해 구성원 모두 연차를 사용했다.
현대제철은 종무식 없이 직원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통한 재충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연말 연초 휴가를 권장하고 있다. 매년 1월 2일을 약정휴일로 지정해 임직원의 재충전을 돕는 것이 대표적이다.
건설사들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종무식 없이 조용히 연말을 마무리한다. 대신 짧게는 30∼31일 이틀간, 길게는 26∼31일 나흘가량 전 직원이 휴가를 떠난다.
GS건설은 이날 업무를 마무리하고 26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전 직원이 휴가에 들어간다. 현대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은 30∼31일 공동 연차나 대체 휴무 등을 사용해 쉰다. 건설 현장의 경우 현장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쉬도록 지침이 전달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내수 활성화를 위한 권고문'을 각 회원사에 보내 "기업들은 근로자들이 연말, 연초에 연차휴가를 활용해 쉴 수 있게 하고, 계획했던 송년회나 신년회, 연수·교육, 세미나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