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김창수 기자] 최근 중국 기업 인공지능(AI) 기술이 가파르게 발전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는 저비용·고효율 AI 모델을 선보이며 글로벌 반도체 업계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IT 공룡들 발걸음이 빨라지는 가운데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사활을 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응도 주목받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AI 시장 성장은 단순한 연구·개발 차원을 넘어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AI 모델 훈련 환경 개선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자국 정부의 강력한 반도체 자립 전략과 미국의 대(對) 중국 반도체 규제가 맞물리며 중국 기업들은 자체 반도체 개발 및 AI 컴퓨팅 환경 구축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딥시크는 엔비디아 고가 GPU를 필요로 하지 않는 AI 모델을 개발하며 ‘가성비 AI’ 시대 신호탄을 쐈다. 딥시크 AI 모델은 적은 연산양과 낮은 비용으로도 고성능 결과물을 구현했다. 이는 기존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온 엔비디아와 이를 지원하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에게 새로운 위협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딥시크뿐만 아니라 화웨이,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대형 IT 기업들은 AI 반도체 및 관련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경영 행보에 변곡점을 찍었다. 중국이 저비용을 내세운 AI 반도체 기술을 선보이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가능성에도 불이 붙었다.
국내 대표적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 경쟁력 유지를 위해 HBM 및 차세대 AI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 및 HBM3E(차세대 HBM) 메모리를 공급하는 주요 업체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의 50% 이상을, 삼성전자는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HBM4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차세대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에 나섰다. 삼성전자도 HBM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며 HBM 공급량을 전년 대비 2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국이 자체적으로 HBM을 개발하거나 HBM을 필요로 하지 않는 AI 모델을 양산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차세대 AI 메모리 및 반도체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본격화하며 GPU 없이도 AI 연산이 가능한 NPU(신경망처리장치) 개발을 추진 중이다. 또한 AI 모델 학습에 최적화된 차세대 AI DRAM을 개발, 기존 메모리 시장을 넘어 AI 컴퓨팅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AI 반도체용 D램 개발을 확대하며 데이터센터용 AI 메모리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은 모양새다.
미국 정부는 중국 AI 반도체 발전을 막기 위해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A100, H100 등) 및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로컬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자체적인 AI 칩 개발을 추진하며 규제 칼날을 피하려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자립을 위해 17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5~10년 내 중국이 자체적 AI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미국 및 유럽 AI 시장 입지 강화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 및 고객 맞춤형 반도체 개발을 통한 차별화 전략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AI 반도체 시장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단순한 메모리 생산을 넘어 AI 반도체 최적화 기술 및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필수적이다. 현재 두 회사가 HBM 및 AI용 DRAM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차세대 기술 개발에 앞당겨 착수한 것은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중국의 AI 산업 성장 속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지 향후 수년간의 전략적 대응이 판도를 바꿔놓을 ‘골든 타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