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MBK파트너스(이하 MBK) 와 고려아연간 ‘비밀유지계약’(NDA) 위반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5월 MBK가 고려아연으로부터 신사업 관련 자료를 받으면서 체결한 NDA 준수 여부를 둘러싸고 고려아연과 MBK 양측간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양측이 체결한 ‘NDA’ 계약서엔 ‘받은 자료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고려아연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등의 20개 조항이 담겨 있다. 이 계약서의 비밀유지효력은 지난 5월 종료됐다. 문제는 고려아연의 파트너였던 MBK 측이 NDA 종료 후 3개월여 만인 지난 9월 12일 영풍과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하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는 점이다.
수조원대 자금이 투입되는 인수합병(M&A)을 3개월 만에 준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MBK가 비밀유지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부터 신사업 정보를 활용해 경영권 장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고려아연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4일 MBK는 입장문을 통해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MBK 파트너스의 '바이 아웃'과 소수지분투자, 사모사채 투자 등을 하는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은 각기 다른 법인이며 운용 주체(entity)다"라며 "MBK 파트너스의 '바이 아웃' 부문과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은 실질적으로 분리됐고, '차이니스 월'로 구분돼 내부 정보 교류 자체가 엄격하게 차단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2년이나 지난 정보를 전혀 연관이 없는 투자 운용 주체가 공개매수를 위해 어떻게 활용했다는 주장인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즉, 2022년 체결한 NDA와 현재 고려아연 공개매수 추진은 관계가 없다는 게 MBK 측 주장의 요지다.
하지만 고려아연 측은 지배구조와 의사결정권자 및 의사결정 과정 등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사모펀드(PEF)의 특성상, 차이니스 월이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여전히 의구심을 풀지 않고 있다.
또 김병주 MBK 회장이 고려아연과 NDA를 체결한 홍콩사무소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한 서울사무소 모두에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고, 투자심의위원회 의장으로서 모든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점 등을 감안할 경우 MBK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내놨다.
MBK가 NDA 효력이 만료된 시일 이전에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를 준비했느냐 여부도 논쟁거리다. 고려아연 측은 만약 MBK가 계약만료일 이전부터 인수 작업을 시작했다면 '고려아연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NDA 계약조항 위반으로 법적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이와관련, IB업계 한 관계자는 "비밀유지계약 위반 여부는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사모펀드에 치명적일 수 있는 논란거리"라며 "MBK가 영풍과 언제부터 고려아연 인수를 논의했는지 등을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