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고 청명한 가을, 아이들의 성장은 부모에게 언제나 큰 관심사이다.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감격을 느끼는 한편, 더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도록 돕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가 가진 공통된 바람이다. 특히 여아의 경우 ‘초경’을 기준으로 성장 속도와 패턴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초경 시점 전후의 성장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초경 전과 후의 성장 차이를 잘 보여주는 쌍둥이 자매의 성장 사례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두 아이는 같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초경 시점의 차이로 인해 성장 패턴과 최종 키의 변화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P양(15세)은 초경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난 상태에서 내원하였다. 키는 153.3cm로, 초경 이후 키 성장이 정체된 듯 보였다. 정형외과 성장판 검사 결과, 성장판이 거의 닫힌 상태로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 시기가 이미 지난 것으로 진단되었다. 부모님은 적어도 155cm 이상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담을 의뢰하였다.
P양의 쌍둥이 언니는 키 153.7cm로 비슷한 신장이나, 아직 초경이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다. 언니 또한 최근 키 성장 속도가 둔화되어 걱정을 하던 중, 동생과 함께 성장검사를 진행하였다. 검사 결과, 언니 역시 성장판이 거의 닫히는 단계였으나 초경 전으로 ‘급성장기’의 막바지에 있었다.
여아의 초경은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니라, 키 성장의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아는 초경을 기점으로 성장 속도가 급격히 둔화되며, 이후 평균적으로 4~6cm 정도 더 자라거나 경우에 따라 성장이 멈추기도 한다. 이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성장판을 빠르게 닫히게 만드는 작용 때문이다.
따라서 초경 전후의 관리 방향은 전혀 다르다. 초경 전에는 성장판이 활발히 작용하는 시기로 ‘골든타임’이라 불리며, 성장 속도를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초경 이후에는 남은 성장판의 잠재력을 최대한 유지하고, 호르몬 균형을 통해 성장판의 빠른 폐쇄를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쌍둥이 자매의 경우 성장판 상태는 유사했으나, 초경 여부에 따라 치료 목표가 달랐다. 초경이 진행된 P양은 성장 마무리 단계로, 남은 성장판을 최대한 활용해 키를 늘리고 생리 주기가 바르게 자리잡도록 관리하였다. 초경 전인 P양의 언니는 이차성징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로, 초경을 지연시키며 성장판이 오래 열려 있도록 조절하고 키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치료하였다.
그 결과, 초경 직전인 언니는 6개월간 4.8cm 성장해 158.5cm가 되었으며, 아직 생리를 시작하지 않아 성장 중이다. 초경 후인 P양은 같은 기간 2.2cm 성장해 155.5cm로 최종 키를 확보하였다. 이 사례는 같은 유전적 조건을 가진 쌍둥이라도 사춘기 발현 시점과 초경 시기가 다르면 최종 신장에 뚜렷한 차이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초경 전 관리에서는 성장판의 개방 시기를 최대한 연장하여 급성장기를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며, 초경 후 관리에서는 남은 성장판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체내 호르몬 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초경 전후의 키 성장 둔화는 단순한 체질적 문제로 볼 수 없으며, 성장 호르몬과 성호르몬의 균형, 영양 상태, 체력, 수면, 스트레스 등 다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정확한 성장 평가와 개인별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
여아의 성장에서 초경은 성장판이 닫히기 시작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초경 전후의 몸의 변화를 이해하고, 아이의 성장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이번 사례를 통해 초경 전후 관리의 방향성과 그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고자 한다. 초경 전에는 성장의 ‘가속기’를, 초경 후에는 성장의 ‘마무리 단계’를 잘 관리해야 최종 키 성장을 이끌 수 있다. 사춘기 여아의 키 성장은 단기간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정확한 검사와 지속적인 관찰, 그리고 시기별 맞춤 관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하우연한의원 윤정선 대표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