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추진하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가 ‘외국인(외국 국적자) 투자’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사모펀드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 규정을 살펴보거나 이를 적용해도 MBK는 외국인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MBK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가 산업기술보호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외국인 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논란의 중심이다. 두 법 시행령은 외국인과 외국인이 지배하는 회사가 합산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을 인수하려는 행위를 ‘외국인 투자’로 판단하고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앞서 MBK는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참여했고 고려아연에 투자하고 있는 주체인 'MBK 유한책임회사'는 국내 법인"이라며 의결권 지분의 80%를 윤종하 부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우리사주조합이 나눠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언론에선 MBK는 회장과 대표 등기임원,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외국인이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기구인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유일하게 비토권(거부권)을 가진 인원 또한 외국인이며 전체 주주의 33% 이상이 외국인이란 보도도 나온다. 또 고려아연 인수자금을 대는 펀드 6호의 80% 이상이 외국계 자금으로 이루어졌다는 내용도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관련 법상 MBK의 고려아연 인수 행위를 ‘외국인 투자’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이같은 논란이 지속되면서 국가첨단전략기술과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 인수를 시도하는 MBK에 대한 정부 입장과 해석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또 사모펀드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 정부의 규정도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미국의 규정이 오히려 국내보다 명확한데 ‘외국인이 지배하는 법인은 외국인’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 연방정부의 행정명령을 집대성한 연방규정집 'CFR(Code of Federal Regulations)'에서 외국인을 정의한 조항 '800.224'에 따르면 '외국인에 의해 통제되거나 통제될 수 있는 모든 단체(Any entity over which control is exercised or exercisable by a foreign national, foreign government, or foreign entity')는 외국인이다.
CFR은 ‘통제(Control)’에 대해 법인이 유·무형자산 양도, 주요 투자와 사업 방향, 중요한 계약의 체결과 해지, 임원과 고위 관리자의 선임 등을 결정할 때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으로 영향을 주는 권한이라고 설명한다. 법인을 통제하는 사람이 외국인이라면, 해당 법인을 외국인으로 간주한다는 게 미국 연방정부의 판단이라는 얘기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 매그나칩 반도체의 모회사인 미국 본사를 중국계 자본이 인수하려고 했으나 미국 현지 당국이 외국인 투자 승인을 내주지 않아 무산된 적 있다”며 “미국은 사모펀드의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자본의 자유도’가 무척 높은 곳이지만 국가안보와 경제에 영향을 주는 M&A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고 전했다.
미국의 CFR을 MBK에 적용하면 외국인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특히 창업자이자 외국인인 김병주 회장이 투심위에서 유일하게 거부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거부권은 투심위의 3분의 2가 찬성한 사안도 막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권한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외국인이 주요 의사결정과 이행을 주도하는 사모펀드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외국인 범위를 폭넓게 해석해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흐름을 우리 정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산업의 해외유출을 통제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 법 조항을 포괄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있다"며 "MBK가 한국법인이더라도 '외국인이 지배하는 회사'라는 점을 따져보고 제대로 적용하는 것이 전체적인 법 취지를 살리는 방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