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최영범 회장측이 안건으로 내세운 집중투표제가 불발됐다.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해선 안된다는 영풍·MBK파트너스(이하 영풍·MBK)의 의안상정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로써 23일 임시주총에서 예고된 영풍·MBK와 최영범 회장간 고려아연 경영권 쟁탈전 승패는 표대결로 판가름나게 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영풍이 오는 23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의안상정 금지 가처분을 인용 결정했다. 이번 가처분은 고려아연 주주인 유미개발이 지난달 10일 집중투표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정관 개정안을 제안하고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도록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유미개발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하던 당시 고려아연의 정관은 명시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다"며 "결국 이 사건 집중투표 청구는 상법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적법한 청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채무자(고려아연) 주장과 같이 조건부 집중투표청구가 허용된다면 조건부 집중투표청구의 효력은 집중투표를 실시하는 주주총회일 당일에서야 발생하게 되는데 이 경우 주주총회일 7일 전(상장회사는 6주 전)까지 집중투표를 청구해야 함을 규정하는 상법 382조의2 2항 규정을 위반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총에서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번 주총의 이사 후보 수는 총 21명(고려아연 7명·MBK 14명 추천)이다. 고려아연 주식 1주를 가진 주주에게는 총 21개의 의결권이 주어지며, 이를 소수에게 몰아주거나 분배해 투표할 수 있다. 특별관계인 53명을 보유한 최 회장 측에게 유리한 제도다.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 시도에 대해 "최윤범 회장 자리 보전 연장의 수단으로만 악용될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주주제안을 한 유미개발 역시 최 회장 일가 회사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소수주주가 지지하는 후보의 선임 가능성을 높여 소수주주 보호 방안으로 활용된다.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선임이 어려워질 경우 의결권 기준 영풍·MBK가 46.7%를 확보해 과반수에 근접한 상황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자체 지분(20.4%)과 현대차, 한화 등 우호지분을 합쳐 39.5%다.
MBK·영풍은 이번 임시주총부터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 선임이 가능해지면 이사회 과반 확보가 어려워져 분쟁이 장기화된다며 반대했다. MBK 연합은 23일 임시 주총에서 이사 14명을 신규 선임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1명, MBK·영풍 측 1명이다.
한편 이날 법원에서 고려아연 집중투표제 의안상정 금지 가처분 인용 소식이 나오면서 고려아연과 영풍의 주가에도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장중 고려아연의 주가가 급락세로 전환한 반면 영풍은 주가가 치솟았다. 이날 오후 3시17분 현재 고려아연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95% 하락한 76만4000원에 거래된 반면 영풍은 11.40% 오른 42만5000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