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에서 활약하는 여성 사외이사는 전년대비 3명 늘어난 11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1년새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만 놓고 보면 여성은 0.5%포인트(p) 소폭 증가했다.
반면 100대 기업 이사회(사내이사+사외이사)에서 활약하는 여성 비율은 1년새 0.2%p 떨어지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100대 기업중 70%가 여성 사외이사 1명만 보유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유니코써치는 이같은 내용의 ‘2024년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현황 분석’ 결과를 22일 밝혔다.
◆100대기업 女사외이사 비율, 2020년 7.9%→24년 24.2% =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 인원은 454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여성 임원은 110명이다.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은 24.2% 수준이었다. 100대 기업내 여성 사외이사는 지난 2020년 35명(7.9%)→2021년 67명(15%)→2022년 94명(21%)→2023년 107명(23.7%) 수준을 보였다. 작년에는 전년대비 여성 사외이사는 3명만 늘어나 0.5%p 소폭 상승했다.
작년 기준 100대 기업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1명 이상 배출시킨 기업은 모두 90곳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당시만 해도 100곳중 30곳에서만 여성 사외이사가 두각을 보였다. 이어 2021년 60곳→2022년 82곳→2023년 88곳→2024년 90곳으로 늘어나는 등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여성 사외이사가 없는 10개 기업 가운데 절반인 5곳은 여성 사내이사가 활약했다. 이들 기업까지 포함해 100대 기업 이사회(사내이사+사외이사)에서 여성이 1명이라도 존재하는 기업은 95곳에 달한다. 2023년 94곳보다 1개 기업이 늘어난 셈이다.
지난 2022년 8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경우 이사회(사내이사+사외이사) 구성시 특정 성별(性別)로만 채워서는 안된다는 관련 법 규정이 본격 시행됐다. 이러한 법 시행으로 2021년과 2022년에는 여성 사외이사가 이전해 대비 5%p 넘는 증가세를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2023년 전년대비 2%p대로 낮아졌고, 이듬해에도 전년대비 1%p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유니코써치 측은 상당수 기업들이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법률에서 정하는 최소 1명 정도의 여성 등기임원만 두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실제 작년 기준 100대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 사외이사 1명만 둔 곳은 70곳이나 됐다.
작년에 파악된 100대 기업 남녀 전체 사외이사 454명을 출생년도로 구분해보면 1960~1964년생이 144명(31.7%)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단일 출생년도 중에서는 1964년생이 35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1955~1959년생이 103명(22.7%)로 다수를 차지했다. 이어 1965~1969년생은 93명(20.5%)이다. 1970년생 이후는 76명(16.7%)으로 파악됐다. 1970년 이후 출생자중 MZ세대에 속하는 1980년 이후 출생자도 9명(2%) 활약했다. 1980년대생 사외이사 9명중 8명은 여성이다.
100대 기업중 1980년대생 여성 사외이사에는 ▲김정연(1980년) 한화손해보험·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현낙희(1980년) 한화오션 ▲인소영(1981년) DL이앤씨 ▲전미영(1981년) 롯데쇼핑 ▲최자원(1981년) BGF리테일 ▲박소라(1983년) E1 ▲이현주(1985년) 지역난방공사 사외이사가 포함됐다.
정기보고서에 따르면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인 김정연 사외이사는 1980년대생이면서 100대 기업 내 2곳에서 이사회에 참석하는 유일한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 중 110명이나 되는 여성 이사만 따로 떼어놓고 살펴보면 1964년생·1971년생·1972년생이 각각 8명씩으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으로 1964년생 중에는 ▲강정혜 LG디스플레이 ▲이행희 포스코인터내셔널 ▲최윤희 현대차 사외이사 등이 있다.
또 1971년생 중에는 ▲강수진 LG전자 ▲남혜정 롯데케미칼 ▲정소민 기업은행 사외이사 등이 동갑내기인 것으로 파악됐다. 1972년생에는 ▲한애라 SK하이닉스 ▲김연미 이마트 ▲윤종원 GS리테일 사외이사 등이 같은 해에 태어났다.
동일인이 100대 기업내 2곳 이상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여성 임원도 1980년생인 김정연 사외이사를 포함해 11명으로 파악됐다. 해당 여성 사외이사에는 ▲김성은(한국전력공사, HD현대미포) ▲여미숙(LG에너지솔루션, CJ대한통운) ▲이아영(한화솔루션, 지역난방공사) ▲이은형(S-Oil, 두산에너빌리티) 등이다.
또 ▲이인실(한화생명, 삼성SDS) ▲이젬마(미래에셋증권, HMM) ▲조승아(현대제철, KT) ▲조혜경(삼성전자, 현대건설) ▲조화순(기아, LG화학) ▲황덕남(고려아연, 롯데웰푸드) 사외이사 등도 1980년대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기준 454명의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를 주요 경력별로 구분해 보면 대학 총장과 교수와 같은 학계 출신이 39.4%(179명)로 가장 많이 분포됐다. CEO와 임원 등 재계 출신은 24.4%(111명)로 다음으로 높았다.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지자체 등에서 재직해 온 행정 관료 출신은 15.2%(69명) 수준이었다. 행정 관료 출신중 장·차관급 고위직 출신도 35명으로 7.7%였다. 판·검사 및 변호사와 같은 법조계 출신은 12.3%(56명)를 차지했다.
지난해 활약하는 110명의 여성 사외이사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학계 출신이 51.8%(57명)로 최다였다. 다음은 재계(19.1%, 21명)와 법조계(18.2%, 20명) 출신 순이다. 이중 여성 사외이사 중에서는 ▲박순애 前부총리겸 교육부장관(KG모빌리티) ▲정현옥 前고용노동부 차관(풍산) ▲이인실 前통계청장(한화생명) 등이 장·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출신이다.
◆작년 100대 기업 이사회 여성비율 15.7% 돌파…전년비 0.2%p 낮아=작년 3분기 기준 국내 100대 기업에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포함한 전체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등기임원은 모두 766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여성 사내이사(10명)까지 합치면 100대 기업 이사회에서 활약하는 여성은 120명이다. 특히 ▲이정애 LG생활건강 ▲최수연 네이버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대표이사는 100대 기업내 非오너중 CEO급에 해당됐다.
작년 기준 100대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15.7%로 조사됐다. 100대 기업 내 이사회에서 참여하는 여성 임원 비율은 2020년 5.2%→2021년 9.2%→2022년 13.7%→2023년 15.9%로 꾸준히 증가했다.
작년에는 전년대비 0.2%p 하락했다. 100대 기업내 여성 등기임원 증가세가 한풀 꺾인 셈이다. 100대 기업의 경우 이미 상당수 기업에 여성 사외이사 법률로 정한 여성 임원 1명씩은 채워진 상태다. 사내이사로 진출하는 인원은 손에 꼽다 보니 2~3년내 여성 등기임원 20%를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코써치 정경희 전무는 “대기업 등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하려고 할 때 법적 요건과 직무 전문성을 갖춘 여성 인재가 제한적이다 보니 여성 인재풀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며 “투명하고 신뢰받는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여성들이 사외이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후보군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성 사외이사 후보군에 대한 체계적 관리 방안 함께 사외이사 영입 이후에도 이사회 구성원 전체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과 평가 등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