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중장년층의 대표적인 척추 질환으로 여겨졌던 척추관협착증이 최근 들어 20~40대 젊은층에서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과거처럼 노화만을 원인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관이라는 공간이 점차 좁아지며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좁아진 공간으로 인해 신경이 눌리면 허리뿐 아니라 엉치, 허벅지, 종아리, 발끝까지도 저리거나 당기는 통증이 나타난다. 특히 밤에 종아리에 쥐가 나거나 다리가 저리는 현상이 반복되면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허리를 뒤로 젖힐 때 통증이 심해지고, 반대로 구부리면 일시적으로 통증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는 이런 변화가 주로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요즘은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직장인, 학생 등 젊은층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잘못된 자세, 운동 부족, 장시간의 스마트기기 사용 등으로 인한 척추 정렬 불균형이 주된 원인이다.
초기에는 허리만 아프다가 점차 다리로 내려가는 방사통이 생긴다. 하지만 통증이 반복되더라도 단순 근육통으로 오해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병이 진행돼 증상이 악화되면 일상생활에 제약이 생기고, 수면장애나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다행히 척추관협착증은 조기 진단 시 보존적 치료로도 증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허리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치료 등으로 통증을 줄이고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로도 호전이 어려운 경우에는 신경차단술 등의 비수술적 치료 방법이 고려된다.
신경차단술은 좁아진 척추관에 의해 압박된 신경 부위에 특수 약물을 주입해 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다. 절개나 마취 없이 시술이 가능하고, 시술 시간도 짧아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자, 고령자에게도 비교적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로 복귀가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한편 척추질환은 치료만큼이나 예방법이 중요하다. 올바른 자세를 습관화하고, 틈틈이 가벼운 스트레칭을 통해 척추 주변 근육을 유연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장시간 앉아 있을 경우 1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허리를 펴주고, 앉을 땐 등을 등받이에 밀착시키고 다리를 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무더운 여름철, 실내에 오래 머물며 활동량이 줄어들기 쉬운 요즘, 특히 척추 건강에 더 신경 써야 할 때다.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척추에 부담을 주는 습관을 하나씩 고쳐 나간다면 중장기적으로 건강한 허리를 지킬 수 있다.
<서울 이태원정형외과 이재욱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