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16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동 직후 잇달아 초대형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관세 협상 후속 조치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걷힌 데다 정부가 국내 투자 확대를 요청한 만큼, 반도체·AI·전기차·조선·바이오 등 핵심 산업 전반에서 대규모 재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날 발표된 기업들의 국내 투자 약속 규모만 총 833조원에 달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대미 투자가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며 “국내 투자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이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재계 총수들은 경쟁적으로 투자 확대 의지를 밝히며 정부 요구에 호응했다. 

이날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재계에서 가장 먼저 화답한 기업은 삼성이다.

삼성그룹은 향후 5년간 총 450조원의 국내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삼성전자는 임시 경영위원회를 열고 평택캠퍼스 2단지에 ‘평택 5공장(P5)’ 골조 공사를 공식 시작하기로 했다. 오는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이 라인은 차세대 메모리 및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비한 핵심 생산시설이다.

삼성은 지역 균형발전 기조에 맞춰 비수도권 대규모 투자가 병행된다. 삼성SDS는 전남 지역에 국가 AI컴퓨팅센터 컨소시엄의 주사업자로 참여해 GPU 1만5천 장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경북 구미에도 AI 특화 데이터센터가 신설된다. 삼성SDI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양산 거점으로 울산 공장을 검토 중이다.

또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사업장에서 8.6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을 내년부터 본격 가동한다. 삼성은 이날 “향후 5년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하고, AI 데이터센터는 수도권 외 지역에 짓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며 청년 일자리·지역 상생 의지를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2026~2030년까지 총 125조원을 국내에 투자한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투자 분야는 ▲AI·SDV·전동화·로보틱스·수소 등 미래 신사업 50조5000억 원 ▲R&D 38조5000억 원 ▲설비·경상 투자 36조2000억 원으로 구성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래 신사업에서 국내가 글로벌 허브가 되도록 AI·로봇·그린에너지 투자에 집중하겠다”며 “올해 7200명이던 채용을 내년 1만명으로 확대하고, 부품 협력사가 부담한 대미 관세도 전액 소급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국내 전기차 전용공장을 글로벌 마더팩토리로 육성해 EV·수소차 생산과 수출을 크게 확대할 예정이다.

SK그룹은 기본적으로 2028년까지 128조원의 국내 투자를 진행한다. 최태원 회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만 놓고 보면 600조원 수준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며 “용인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2030년 전후로 연간 1만4000~2만 명 수준의 고용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메모리 수요 급증과 AI 시대 공정 고도화로 예상 투자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이어 "SK하이닉스의 경우에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과 양산 타당성을 검증하는 어드밴스 테스트베드인 '트리니티 팹'을 정부와 함께 8,600억원을 투자해서 지금 구축 중에 있다"며 "글로벌 AI 허브 국가로 위상 확보를 하기 위해서 제조 AI 부분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은 향후 5년간 100조원을 국내에 투자한다. 특징은 60%에 달하는 60조원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 개발 및 생산 확장에 투입된다는 점이다. LG는 배터리·화학·반도체·AI 등 제조 기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구광모 회장은 "향후 5년간 예정된 국내 투자중 60%를 소재와 부품, 장비에 대한 기술 개발과 확장에 투입해 소부장 협력사들과 함꼐 경쟁력을 높이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정부의 외교 활동과 협상 성과가 국내 산업과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저희 기업도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전했다.

한화와 HD현대는 조선·방위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우선 한화는 향후 5년간 국내 조선·방산에만 11조원을 투입한다. 동시에 미국 필리조선소에 7조 원 이상을 투자하고 신규 조선소 설립도 추진한다.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은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해 대한민국의 조선업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앞으로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여 부회장은 이어 "미국에 대한 조선업 투자도 필리조선소에 약 50억 달러, 7조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미국 조선소 인수와 신규 조선소 건설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는 5년간 국내에 15조원을 투자한다. 이중 에너 HD현대에너지솔루션, HD현대오일뱅크 등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 분야와 HD현대로보틱스, HD현대건설기계 등 AI 시대 기계 로봇 사업에서 8조원을 투자한다. 나머지 7조원은 조선·해양 분야에 투입하게 된다. 정기선 회장은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와 연계해 국내 조선소와 기자재 기업의 일감을 함께 늘리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도 국내 투자를 크게 늘리기로 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송도·오창·예산에 3년간 4조원을 설비 투자하고, R&D 예산을 현재 연 6000억원에서 내년 8000억 원, 후년에는 1조원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스타트업과 함께 조성한 500억 원 규모의 펀드도 1조 원으로 키운다.

이 대통령은 “규제 완화·해제·철폐중 가능한 모든 것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며 기업 지원을 약속했다. 다만 “세금 감면 요구는 선호하지 않는다”며 대신 혁신 투자·고용 확대·지역균형 발전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