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현대차·기아의 인공지능(AI) 기반 수요응답교통(DRT) 서비스 ‘셔클(SHUCLE)’이 해외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헝가리 괴될뢰시에서 진행한 ‘수요응답교통 서비스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5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관하는 경제혁신 파트너십 프로그램(EIPP)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번 시범운행은 8월 18일부터 10월 31일까지 약 11주간 진행됐다. 헝가리 북부의 소도시 괴될뢰는 인구 4만 명이 채 되지 않지만, 지역 전체 대중교통을 버스 5대가 12개 노선으로 운영할 정도로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다. 노선 운영의 비효율성과 긴 대기 시간으로 인해 주민들의 대중교통 이용률이 낮아지고, 이로 인해 서비스 품질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지속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셔클은 ‘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할 최적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셔클은 고정된 노선을 운행하는 기존 버스와 달리 AI 기술을 기반으로 이용객의 호출에 따라 실시간으로 경로를 생성하는 가변형 모빌리티 서비스다. 탑승 수요를 예측해 차량을 효율적으로 배차하고, 이를 통해 불필요한 공차 운행을 줄여 친환경 교통체계 구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번 헝가리 시범사업에는 셔클 차량 2대가 투입됐다. 11주 동안 총 3,138건의 호출이 발생했고, 2,950명의 주민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특히 평균 대기시간이 기존 60분에서 6분으로 90% 이상 단축되는 등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

현지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괴될뢰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차량이 없거나 운전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셔클은 새로운 자유를 줬다”며 “언제든 외출할 수 있게 해준 현대차그룹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시범사업의 여정을 담은 감동적인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 속 주인공은 다리가 불편해 시내를 자주 나가지 못하던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를 위해 셔클을 호출한 손녀의 이야기다. 손녀는 셔클을 이용해 시내로 나가 장을 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교통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교통 서비스 실증을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의 글로벌 적용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헝가리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의 결과를 토대로 향후 다른 도시로의 확대를 검토 중이며, 현대차·기아는 이를 계기로 현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기아 모빌리티사업실 김수영 상무는 “헝가리 괴될뢰 시범사업을 통해 셔클의 운영 효율성과 주민 만족도를 동시에 입증했다”며 “이 성과를 기반으로 유럽 전역 및 글로벌 시장으로 셔클 서비스를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셔클은 이미 국내에서 검증된 플랫폼이다. 현대차·기아는 2021년부터 전국 여러 지자체와 협력해 교통 취약지역에 셔클을 도입, 공공교통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지역 교통 접근성을 개선해왔다. 현재 서울, 세종, 대전, 제주 등 다양한 지역에서 셔클 서비스가 운영 중이며, AI 기반 수요 예측 기술 고도화를 통해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헝가리 사례가 K-모빌리티의 새로운 수출 모델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자동차 제조 기술을 넘어 AI와 빅데이터, 스마트 인프라를 결합한 통합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셔클은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고, 동시에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교통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혁신적 서비스”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해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향후 헝가리 전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의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셔클의 글로벌 사업화를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