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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쿠팡 동일인 ‘김범석’으로 변경…법인 체제 5년 만에 전환

친족 경영 관여 인정…예외 적용 기준 다시 좁혀
공시·사익편취 규제 확대…책임 주체 개인으로 이동
쿠팡 반발·소송 예고…지배구조 논쟁 확산

[서울타임즈뉴스 = 서연옥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동일인(총수)을 법인에서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했다.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이후 이어져 온 법인 동일인 체제가 5년 만에 개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그간 유지돼 온 ‘총수 없는 대기업’ 구조도 사실상 정리되는 흐름이다.

 

공정위는 29일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고 자산총액 5조원 이상 102개 집단을 확정했다. 이중 쿠팡의 동일인을 김 의장으로 변경한 조치는 규제 적용의 기준을 다시 세운 사례로 평가된다. 동일인은 기업집단을 하나의 규제 단위로 묶는 핵심 축으로, 내부거래 공시와 사익편취 규제, 계열사 범위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

 

결정의 분기점은 ‘친족의 경영 관여’ 여부였다. 공정위 조사에서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 부사장은 물류·배송 정책 관련 회의를 주도하고 계열사 경영진과 사업 방향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도 확인됐다. 직급과 보수, 조직 내 위상 역시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와 유사한 수준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이를 단순 실무 범위를 넘어선 경영 참여로 봤다.

 

현행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지배주체와 그 친족이 국내 계열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사익편취 우려가 없을 경우에만 법인을 동일인으로 인정한다. 쿠팡은 그동안 해외 상장 구조와 지분 관계 등을 근거로 예외 적용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해당 전제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판단됐다. 이에 따라 동일인은 자연인으로 전환됐다.

 

이 변화는 규제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성격이 강하다. 기존에는 법인이 책임의 중심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동일인이 특정 개인으로 귀속된다. 그 결과 김 의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보유, 내부거래 내역 등에 대한 공시 범위가 넓어지고 사익편취 규제도 직접 적용된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책임 역시 개인에게 돌아간다. 국정감사 등 공적 검증 과정에서 총수의 역할도 이전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정책적으로는 ‘형식보다 실질’이라는 기준이 보다 또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가 법인 동일인 예외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면서 실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와 규제 책임을 일치시키는 방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례가 유사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집단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다만 단기적인 변화 폭을 두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쿠팡이 미국 상장사인 쿠팡Inc를 통해 국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경영 방식 자체는 당장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반면 동일인이 자연인으로 특정되면서 의사결정의 책임이 명확해지고 외부 감시 압력도 강화된다는 점에서 중장기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쿠팡은 이번 결정에 대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쿠팡 측은 친족이 국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등기임원도 아니라는 점을 들어 경영 참여 판단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동일인 지정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관련 법령과 판단 기준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두나무는 현장 점검 결과 법인 동일인 예외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확인돼 기존 체제를 유지했다. 이번 조치는 법인 동일인 예외 적용 범위를 실제 사례에서 좁힌 첫 신호로, 향후 기업집단 규제 기준을 재정의하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