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서연옥 기자] 전남 무안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전국이 깊은 슬픔에 잠긴 가운데 경제단체와 기업들이 연말 및 신년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등 자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신년 시무식과 새해 해돋이 행사 등 신년 행사를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 및 지자체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내년 1월 3일 열리는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참사 피해자의 넋을 기리며 묵념하는 등 애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매년 초 경제계와 정·관계, 노동계 등 각계 인사가 모여 덕담과 인사를 나누는 경제계 최대 규모 신년 행사다.
사상 초유의 탄핵 국면으로 인한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불참에도 경제계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재도약의 의지를 다지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제주항공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과 충격에 빠진 만큼 당초 계획보다 행사를 차분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대한상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기업인과 경제단체장, 정계 인사, 언론계 대표, 주한 외교사절 등 각계 인사 500여명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하지만 실제 신년회 참석 규모는 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의는 이날 내수·소비 진작을 위해 박일준 상근부회장과 신입직원 등 임직원 20여명이 남대문 시장을 방문해 '골목 시장 살리기'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애도 기간임을 감안, 행사를 연기하기로 했다. 한국무역협회도 이날 예정된 임원 송년회를 취소했다. 또 내년 1월 3일 열릴 시무식에서는 제주항공 참사 피해자를 위한 애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중기중앙회는 내년 1월 3일로 계획된 신년회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각 기업들도 1월 4일까지 지정된 국가 애도 기간을 감안해 이벤트를 취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또 기업별로 사고 관련 지원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롯데그룹은 매년 12월 31일 자정 전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하는 카운트다운 행사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서울 중구청 주관으로 준비한 명동 본점의 '카운트다운 쇼 라이트 나우' 축제도 국민적 애도 분위기를 감안, 행사 취소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업체 부서마다 회식이나 신년회 등을 미루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자제령을 내리진 않았지만 내달 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인 점을 고려해 부서별로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등의 조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와 기업들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신년 행사를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1월 4일 24시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하고 사고 현장과 전남, 광주, 서울, 세종 등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한다.
30일 광주·전남 각 지자체에 따르면 내년 1월4일까지를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연말연시 계획됐던 20여 건의 해넘이·해맞이 행사가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오는 31일 제야의 종 타종식과 내년 1월1일 무등산 해돋이 행사를 취소했다. 각 자치구에서도 시무식과 해돋이 행사를 취소하고 희생자 애도에 동참키로 했다. 전남에서는 5개 시·군의 해넘이 행사와 7개 시·군의 해맞이 행사가 사실상 전면 취소됐다.
충남 태안군도 31일 예정했던 해넘이·해맞이 행사를 취소한다고 30일 밝혔다. 31일 꽃지해수욕장에서 열기로 한 해넘이 행사와 1일 태안 해맞이 행사(백화산, 근흥 연포, 고남 영목, 원북 이화산, 이원 당봉)를 전면 취소했다. 31일 계획한 ‘2025 태안 방문의 해 선포식’도 잠정 연기했다.
경북지역 각종 행사 또한 취소되거나 축소된다. 포항시와 포항문화재단은 31일부터 1월 1일까지 호미곶면 해맞이공원 일대에서 열기로 한 '제27회 호미곶한민족해맞이축전' 행사를 취소한다고 30일 밝혔다.
포항시는 해맞이공원에 참사를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다만 해맞이하러 오는 관광객 편의를 위해 대형 천막과 에어돔을 설치해 강풍과 한파를 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부산시는 31일 밤부터 1월 1일 새벽 부산 용두산공원에서 진행 예정이던 ‘시민의 종’ 타종 행사를 취소했다.
경주시는 31일 노동동 신라대종에서 실시 예정이던 제야의종 타종식을 취소했다. 1월 1일 경주 문무대왕면 문무대왕릉 일원에서 개최하던 해맞이 행사 해룡축제도 이번엔 취소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31일 울진역에서 개최하려던 동해중부선 철도 개통식을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