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영풍과 고려아연간 경영권 분쟁이 ‘공정거래법 위반’ 맛대응식 신고전으로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영풍이 “본질을 호도하는 자가당착적 주장”이라며 고려아연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신고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양측의 지배구조 공방이 장기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최근 공정위에 “영풍과 자회사 와이피씨(YPC)가 금지된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했다”며 조사를 요청하는 신고서를 제출했다. 영풍이 지난 3월 100% 자회사인 YPC를 설립한 뒤 자신이 보유하던 고려아연 주식 526만2450주(지분율 25.42%)를 현물출자 방식으로 넘겼고, 이로 인해 ‘영풍→YPC→고려아연→썬메탈홀딩스(SMH)→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완성됐다는 고려아연의 주장이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자회사 명의를 활용해 우회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한 것은 공정거래법 제22조 위반에 해당한다”며 “이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내 계열사 간 순환출자 금지를 명시한 규정을 명백히 어긴 것”이라고 지적헸다.
이에 대해 영풍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영풍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최윤범 회장 측의 신고는 명백한 물타기 시도이자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며 “이번 사태의 핵심은 오히려 최 회장 측이 스스로 형성한 탈법적 순환출자 구조에 있다”고 꼬집었다.
영풍은 “최 회장 측은 올해 1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호주 계열사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최 회장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3%를 인수하도록 했다”며 “이로 인해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상호출자 제한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탈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영풍은 또 “YPC 설립과 지분 이전은 최대주주로서 합법적이고 정당한 자산 구조 정비”라며 “직접 보유하던 지분을 자회사를 통해 보유하는 형태로 변경한 것일뿐 실질적인 지배구조 변동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투명한 자산 운용과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정상적인 조치로, 순환출자나 가공자본 형성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공정위 신고는 지난 1월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해외 계열사를 활용한 순환출자 의혹’을 제기하며 불붙었다. 이에 맞서 최윤범 회장 측도 영풍의 YPC 설립을 문제 삼으며 역공을 펼친 셈이다.
영풍은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 자금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풍은 “최 회장은 1.8%의 소수 지분을 가진 경영 대리인에 불과하다”며 “MBK파트너스와 협력해 지배구조 정상화를 추진하자 약 2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추가로 2조원대 유상증자를 추진했다가 여론의 반발로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특정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모든 주주의 공동 자산”이라며 “최 회장이 개인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회사 자금과 자원을 사용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책임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영풍과 고려아연은 지난해부터 지분 구조와 의결권 제한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왔다. 영풍·MBK 연합은 지분율 우위를 기반으로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을 시도했으나, 최윤범 회장 측은 순환출자 구조를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며 경영권을 사수했다. 이후 법원 가처분과 공정위 신고까지 이어지며 양측의 싸움은 ‘법정+행정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 공정위 맞신고로 인해 고려아연과 영풍간 공방은 더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영풍과 고려아연의 분쟁은 단순한 경영권 싸움을 넘어 순환출자 규제 해석과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논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며 “공정위 판단에 따라 향후 양측 경영 주도권 구도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