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국내 100대 그룹 오너일가 경영인의 임원 승진 후 회장 취임까지 평균 기간이 17년11개월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3세와 4세대로 내려갈수록 회장까지의 시간은 짧아지지만, 임원에서 사장급으로 올라가는 속도는 오히려 오래 걸리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5대 그룹은 창업주 유고 등 특수 사례를 제외하면 대체로 20년 이상 소요되는 등 최고경영층 승계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자산 기준 100대 그룹 가운데 오너가 있는 66개 대기업집단의 재임 중 오너일가 임원 233명을 조사한 결과, 2세대는 임원에서 회장까지 평균 18년5개월이 걸렸고 3세대는 17년11개월, 4세대는 12년7개월로 나타났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경영 수업 기간이 짧아지는 흐름이 분명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조사에 따르면 오너일가 경영인들은 평균 29.4세에 그룹에 입사해 5년2개월 후인 34.9세에 임원이 되며, 약 7년10개월 뒤인 42.7세에 사장, 다시 7년7개월을 거쳐 평균 50.6세에 회장 직함을 달고 있었다. 이중 28명은 입사와 동시에 이사 또는 상무보 등 임원급으로 시작한 사례였다.
세대별 입사·승진 패턴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2세대는 평균 28.2세 입사 후 5년5개월 만에 임원이 됐지만, 3‧4세대는 29.2세로 입사 시점이 더 늦었음에도 초임 임원까지 걸린 시간은 5년2개월로 오히려 3개월 단축됐다. 조기 해외 유학, 사전 경영 수업, 신규 성장 분야 경험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임원에서 사장·부회장으로 올라가는 구간에서는 3‧4세대가 더 긴 시간을 들였다. 2세대는 임원 승진 6년4개월 후인 39.9세에 사장이 됐지만, 3세대는 8년5개월(43.2세), 4세대는 8년8개월(44.2세)이 걸렸다. 이는 기업 규모 확대로 핵심 보직 승계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경영 역량 검증 과정이 길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회장 취임 시점만 놓고 보면 다시 세대가 내려갈수록 빨라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2세대 회장 평균 취임 나이는 52.6세였지만 3세대는 49.1세, 4세대는 46세로 2세대 대비 6년7개월 빨랐다. 기업 오너십의 조기 이양과 지배구조 안정화를 중시하는 최근 경영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직 회장 75명의 경로만 따로 분석해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됐다. 2세 회장들은 평균 28세에 입사해 34.1세 임원, 52.3세에 회장이 됐다. 3세 회장들은 27.2세 입사 후 32세 임원, 48.5세 회장, 4세는 24.7세 입사 후 34세 임원, 46세 회장으로 조사됐다.
개별 인물의 승진 속도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2세대 중 최단기간 승진 기록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다. 신 회장은 43세 늦은 입사에도 불과 1년11개월 만에 회장에 올랐다. 이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3년10개월 만에, SK 최태원 회장이 7년7개월, ST인터내셔널 유상덕 회장이 8년1개월, KCC 정몽진 회장이 9년3개월 만에 회장에 올랐다.
3세대에서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25세 입사 후 10년11개월 만인 35세에 회장에 오르며 가장 빨랐다. 뒤이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14년11개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15년11개월), 이재현 CJ그룹 회장(16년9개월), 정기선 HD현대 회장(17년)이 뒤를 이었다.
가장 오랜 기간이 걸린 인물로는 신동원 농심 회장이 꼽혔다. 21세 입사 후 무려 42년2개월 만에 63세로 회장에 올랐다. 이어 신동윤 율촌화학 회장(40년7개월),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37년6개월),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34년11개월), 이건영 유니온 회장(34년2개월)이 뒤를 이었다.
5대 그룹의 경우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회장 취임까지 20년 이상 걸리는 구조가 유지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12년 만에 회장이 됐지만 승계 시점이 갑작스러웠고, SK 최태원 회장 역시 선대 유고로 7년7개월 만에 취임했다. 이를 제외하면 삼성 이재용 회장은 31년4개월, 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27년, 롯데 신동빈 회장은 23년2개월이 걸렸다.
한편 오너일가 233명중 여성은 59명(25.3%)으로 조사됐다. 여성 회장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정유경 신세계 회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구혜원 푸른그룹 회장 등 총 4명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국내 재벌 구조에서 세대가 내려갈수록 경영 승계가 더 빠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