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0 (월)

  • 흐림동두천 15.8℃
  • 구름많음강릉 24.5℃
  • 흐림서울 16.4℃
  • 흐림대전 18.0℃
  • 맑음대구 22.0℃
  • 맑음울산 20.5℃
  • 구름많음광주 19.6℃
  • 맑음부산 22.2℃
  • 흐림고창 17.0℃
  • 구름많음제주 19.0℃
  • 흐림강화 15.0℃
  • 흐림보은 17.5℃
  • 흐림금산 19.1℃
  • 구름많음강진군 20.6℃
  • 맑음경주시 21.8℃
  • 맑음거제 20.5℃
기상청 제공
메뉴

[이슈] '성과급 전쟁' 번진 대기업 노사…삼성·SK·현대차, 보상 기준 놓고 정면 충돌

실적 반등에 요구 커진 노조…성과 배분 방식이 핵심 쟁점
삼성은 제도화 갈등, SK는 상한 폐지, 현대차는 순익 30% 요구
임금 넘어 고용·자동화 문제까지…노사 협상 전선 확대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들 주요 대기업에서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동시에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완성차 수익성 개선으로 기업 실적이 커지면서 노동조합은 성과 배분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며 요구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노조는 각각 영업이익의 15%, 10%를, 현대자동차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투자와 주주환원, 미래사업 재원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간 입장차가 커 협상 테이블에서 접점을 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장 긴장감이 높은 곳은 삼성전자다. 노조는 영업이익과 연동되는 성과급 제도 정비와 상한 폐지를 요구하며 사측과 맞서고 있다. 협상이 지연되자 노조는 총파업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회사는 쟁의행위 대응 방침을 밝히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성과급 수준 자체보다 지급 기준이 해마다 달라진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라며 "같은 실적을 내고도 사업부마다 결과가 다르다 보니 비교 심리가 자꾸 생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별 실적과 시장 상황을 반영해 보상을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4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노조는 실적이 커진 만큼 사전에 정한 기준에 따라 일정 비율을 배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같은 성과급을 두고도 해석이 엇갈리면서 협상은 장기전으로 흐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한발 앞서 성과급 체계를 바꿨다. 지난해 노사 합의를 통해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활용하고 기존 상한을 폐지했다. 실적이 늘면 성과급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3조4673억원이다. 이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PS 재원만 2조원을 웃돈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추가로 높아질 경우 재원 규모는 더 커진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성과급이 사실상 임금의 일부처럼 인식되기 시작한 만큼, 실적이 꺾이는 해에 오히려 노사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 한 연구위원은 "성과급 상한을 없애는 것은 단기적으로 협상 타결에 유리하지만, 경기 사이클에 따른 변동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함께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상여금을 800% 수준으로 올릴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약 10조3647억원(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성과급 규모만 3조원을 웃돈다. 여기에 완전월급제 도입 요구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현재 시급 중심의 임금 구조를 고정급 중심으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노조는 자동화와 로봇 도입으로 근무 형태가 바뀌는 만큼 임금체계도 안정적인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차는 고정비 부담 확대와 생산 유연성 저하를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번 교섭에서는 고용 문제도 전면에 나왔다. 노조는 로봇과 인공지능 도입 과정에서 고용 보장과 노동조건 유지 방안을 협약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임금 인상을 넘어 생산방식 변화에 대한 대응까지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세 기업의 상황은 다르지만 공통된 흐름이 있다. 이같은 성과급 갈등은 한 기업의 보상체계 변화가 다른 기업 노조의 협상 기준으로 빠르게 이어진다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고액 성과급 사례가 완성차와 전자업계 노조의 요구 수위를 끌어올리는 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인재 확보를 위해 보상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은 이해하지만, 고정비가 한번 올라가면 실적이 나빠질 때 되돌리기가 어렵다"며 "단기 실적에 연동한 성과급 체계가 오히려 장기 경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성과급 협상은 보상 수준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적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지, 자동화 시대에 임금체계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까지 포함된 복합적인 협상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의 교섭 결과는 국내 대기업 노사관계의 새로운 기준선이 될 것으로 재계는 전망하고 있다.


오늘의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