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허성미 기자] LG가 대학 창업팀을 스타트업 행사에 참여시켰다. LG 스타트업 행사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23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슈퍼스타트 데이 2026'. 올해는 예년과 달랐다. 서울대, 포스텍, 한양대 등 주요 대학에서 추천된 창업팀이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사업 아이디어 수준이 아니다. 투자자와 LG 계열사 경영진 앞에서 직접 사업 모델을 발표하고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LG가 이 프로그램에 '루키'라는 이름을 붙인 건 의미심장하다. 스타트업도 아닌, 막 시작한 창업팀을 대기업이 직접 연결하겠다는 선언이다. 2018년 시작된 LG의 스타트업 프로그램이 8년 만에 한 단계 더 내려온 셈이다.
이날 행사에는 스타트업 41곳이 참여했다. AI, 바이오, 클린테크를 중심으로 로봇, 데이터센터, 에너지 분야 기업들이 포진했다. 눈에 띈 건 로봇과 자동화 기술 비중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공장 자동화나 물류 현장 적용을 전면에 내세운 기업들이 많았다. 냉각 효율 설비나 탄소 저감 소재처럼 데이터센터 전력 비용과 직결되는 기술도 적지 않았다.
현장은 전시로 끝나지 않았다. LG 주요 계열사 기술 책임자와 경영진,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가 한자리에 앉아 스타트업과 1대1 미팅을 가졌다. 하루 동안 120건 가까운 협력·투자 논의가 오갔다. 일부 스타트업은 공동 개발이나 기술 검증을 전제로 LG 계열사와 후속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LG가 이 행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번 프로그램은 구광모 대표가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AI·바이오·클린테크 중심 사업 재편과 맞닿아 있다. 내부 연구개발만으로는 속도가 나지 않는다. 특히 AI와 로봇, 에너지 분야는 기술 확보 타이밍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외부 혁신을 일찍 붙잡겠다는 계산이다.
대학 창업팀까지 끌어들인 건 이같은 계산의 연장선이다. 완성된 기술을 사는 것보다 싹부터 키우는 게 낫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루키 프로그램 참가팀에는 기술 멘토링과 현장 연계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일부에는 후속 지원도 제공된다. 단순 네트워킹이 아니라 LG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구조다.
물론 행사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별개 문제다. 120건의 미팅 중 실제 계약이나 투자로 이어지는 건 손에 꼽을 것이다. 대학 창업팀이 LG와 협업을 거쳐 실제 사업화에 성공하는 사례가 나와야 루키 프로그램의 진짜 값어치가 드러난다. 올해 처음 시작한 만큼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한 참가 스타트업 대표는 "LG 계열사 담당자와 직접 기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자체가 드물다"며 "오늘 미팅이 실제 협업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어디가 필요로 하는지는 확실히 파악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