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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멈춘 물류, 늦게 열린 대화…BGF 사태가 남긴 질문

편의점 CU의 상품 진열대가 비어야 비로소 드러나는 것들이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와 BGF로지스의 갈등은 ‘근로자의 날’을 하루 앞두고 합의로 봉합됐다. 하지만 그 과정은 한국 노동시장 구조의 취약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결과만 보면 단순하다. 운송료 7% 인상, 분기별 유급휴가 도입, 손해배상 청구 취하, 그리고 사망 조합원에 대한 사과와 명예회복. 물류센터 봉쇄는 풀렸고 CU 공급망도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됐다. 숫자와 문장만 보면 갈등은 어느 정도 정리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작은 달랐다. 화물연대는 여러 차례 교섭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다’는 이유였다. 대화가 막히자 선택지는 곧바로 충돌로 이어졌다. 물류가 멈추고 현장은 흔들렸다. 협상은 그 이후에야 속도를 냈다.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대화가 열린 셈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금액이 아니라 구조다. 다단계 외주 체계 속에서 화물차주는 오랫동안 협상 테이블 바깥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를 통해 원청과의 교섭이 공식화됐다. 형식 하나의 변화지만, 이후 갈등의 출발선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현장의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물류 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CU 가맹점주들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파업에 대한 반감도 남아 있다. 합의서는 갈등을 멈출 수는 있어도, 갈등의 기억까지 지우지는 못한다. 이번 사태가 남긴 질문은 분명하다. 왜 대화는 늘 가장 늦게 시작되는가.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벌어진 이 장면은 노동의 가치가 선언을 넘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되묻고 싶다.

 

이번 합의는 마침표가 아니라 기준이고 새로운 시작이다. 비용과 권리, 책임의 균형을 어디에 둘 것인지는 앞으로도 반복될 문제다.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갈등이 커진 뒤의 합의보다, 갈등이 커지기 전의 대화가 훨씬 덜 큰 비용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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