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상황실의 밤은 길었고 날은 밝았다. 누군가는 환호했고, 누군가는 침묵했다. 꽃다발과 축하 인사가 오가는 곳도 있었고, 무거운 표정으로 결과를 지켜보는 선거사무소도 있었다. 하지만 승자와 패자가 갈린 순간에도 변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선거는 끝나도 국민의 삶은 계속된다는 점이다. 6·3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총선과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우위를 점하며 정치적 주도권을 넓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민주당을 선택한 국민도, 국민의힘을 지지한 국민도, 어느 정당에도 표를 주지 않은 국민도 모두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선거가 끝난 뒤 정치권이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사실도 여기에 있다. 이번 선거는 우리 정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장면도 남겼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추미애 당선인은 지방자치 부활 이후 첫 여성 광역자치단체장이 됐다. 여야의 승패를 떠나 정치와 행정의 영역에서 대표성과 다양성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민주주의는 더 많은 사람이 정치의 주체로 참여할 때 한층 성숙해진다. 반면 선거가 남긴 과제도 적지 않다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사고는 철거 작업이 아니라 구조물 안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위험을 점검하던 순간 구조물이 무너졌다는 사실은 이번 사고의 무게감을 더욱 키우는 대목이다. 시민들이 붙드는 질문 역시 사고 장면 자체보다 그 이전을 향한다. 우리는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었던 것일까하는 문제다. 서울시에 따르면 사고 당일 새벽 상판 절단 작업 과정에서 약 2.9㎝ 단차가 발생해 공사가 중단됐다. 구조물에 변화가 감지됐다는 의미다. 이후 외부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이 안전 상태를 확인하던 과정에서 상판 일부와 거더가 붕괴했다. 전문가들은 공통된 지점을 짚는다. 이상 신호가 확인된 순간 가장 먼저 이뤄졌어야 할 조치는 현장 접근을 최소화하고 사람부터 물리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드론과 원격 장비를 통한 확인, 임시 보강, 선로와 도로 통제 같은 보수적 대응이 우선됐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사고 지점 아래로 KTX와 경의중앙선이 하루 수백 차례 오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붕괴는 더 큰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웠다. 사고 이후 대응은 신속했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원청·하청업체와 감리사, 서울시 도시기
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임금협상이 조합원 찬반투표 가결로 마무리됐다. 총파업 직전 가까스로 마련된 잠정합의안이 73.7% 찬성을 얻으면서 반도체 생산 차질과 파업 리스크도 일단 걷혔다. 그러나 끝난 것은 파업뿐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총파업은 멈췄지만 삼성전자 안팎의 갈등은 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갈등의 중심에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특별경영 성과급이 있다. 이번 합의안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유지하면서 DS 사업성과의 10.5%를 추가 보상 재원으로 반영하는 구조를 담았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300조원 수준이라고 가정할 경우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최대 6억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는 2억원대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스마트폰·TV·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은 600만원 상당 자사주 지급 가능성이 거론된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사업부에 따라 보상 규모가 수억원 차이로 벌어지는 셈이다. 문제는 돈의 많고 적음만이 아니다. 성과를 무엇으로 평가하고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를 둘러싼 인식 차이가 한꺼번에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데 있다. 불만은 곧바로 노노 갈등으로 번졌다. DX 직원 중심
현장이 또 멈췄다. 구조물이 무너졌고 사람이 숨졌다. 사고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시민들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도 비슷해졌다. 이번에는 어디였고, 무엇이 빠졌으며, 왜 막지 못했느냐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는 그런 질문을 다시 꺼내 들게 했다. 구조물이 선로 위로 내려앉으면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고 철도 운행과 도심 교통도 차질을 빚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수사와 감식을 통해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원인 규명과 별개로 남는 대목이 있다. 위험을 막아야 할 안전 체계가 사고 이전에 제대로 작동했느냐는 문제다. 기억은 멀지 않다. 2022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는 무리한 공정과 부실 관리가 어떤 비극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줬다. 이듬해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는 ‘순살 아파트’라는 씁쓸한 기억을 남겼다. 설계와 시공, 감리 전반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이 믿고 살아야 할 공간에 대한 신뢰도 함께 흔들렸다. 최근 신안산선 공사 현장 붕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고 원인과 공법, 현장 여건은 달랐지만 원인과 사후 과정은 닮아 있었다. 위험 신호는 뒤늦게 드러났고 점검과 책임 논의는 사고 이후 본격화됐다. GT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다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스타벅스 사과문 발표 이후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선 두 번째 사과다. 그러나 시장과 소비자가 궁금한 것은 사과의 횟수가 아니다.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졌고, 왜 아무도 멈추지 못했느냐는 점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마케팅 사고가 아니라 기업이 무엇을 좇고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를 보여준 기업 검증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사건에 가깝다. 논란은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18일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을 활용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은 5·18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키는 문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신세계그룹은 자체 조사 결과 사전 기획이나 고의성을 입증할 증거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각계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유는 고의 여부와 별개로 더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신세계 조사 결과 일부 승인자는 디자인 시안이 담긴 첨부파일조차 열어보지 않은 채 결재했고, 과거 운영되던 법무 검토 절차도 이번 행사에서는 생략됐다. 특정 실무자의 단순한 실수나 판단 착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협상이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타결됐다. 반도체 생산 차질과 공급망 불안을 우려하던 산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협상장이 정리된 뒤 재계가 붙들고 있는 고민은 따로 있다. 파업을 막았다는 결과보다 이번 협상이 남긴 ‘성과급 기준’의 파장이다. 이번 갈등은 단순히 성과급 액수를 둘러싼 대립이 아니었다. 노조는 DS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제도화하고 연봉 50%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측은 기존 EVA(경제적부가가치) 체계를 유지하는 선에서 조정안을 제시했고, 양측은 총파업 돌입 직전 극적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재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협상 결과 자체보다 협상 과정에서 떠오른 새로운 기준이다. 그동안 성과급은 기업 실적과 경영 환경, 투자 계획, 미래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는 영업이익과 일정 비율을 연동한 보상 체계 제도화 요구가 전면에 등장했다. 성과급을 ‘경영 판단에 따른 보상’이 아니라 일정한 공식으로 접근하려는 양상이 드러난 셈이다. 재계가 삼성전자의 협상에 초미의 관심을 보인 배경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제조업 노사관계에서 상징성이 큰
21일 0시를 향하던 시계는 결국 멈췄다. 총파업 개시를 1시간 30분 남겨둔 밤, 삼성전자 노사는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18일간 예고됐던 총파업도 일단 유보됐다. 반도체 생산 차질과 공급망 불안을 걱정하던 산업계는 가까스로 숨을 돌렸다. 파업을 막았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이번 합의는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AI 반도체와 HBM 경쟁이 한창인 시점이었다. 반도체 라인은 한 번 흔들리면 손실이 공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납기와 고객 신뢰, 공급망 안정성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이라는 초강수를 꺼내지 않고 자율 합의를 끌어낸 것도 이런 부담을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협상이 끝날 때까지 노사가 붙들고 있었던 건 결국 성과급이었다. 단순히 돈 문제라기보다 성과를 누구 몫으로 보고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의 문제에 가까웠다. 노조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공통조직을 포함한 DS 구성원 모두가 성과를 함께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다른 말을 했다. 메모리 사업부가 실적을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적자 사업부까지 같은 수준의 보상을 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삼성 내부에서 오래 유지돼온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따른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총파업과 법정 공방, 정부 개입 논의로까지 번지고 있다. 임금과 성과급 협상이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논쟁은 기업 내부를 넘어 반도체 산업과 노동정책 이슈로 확산하고 있다. 생산 차질과 공급망 부담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번 갈등은 더 이상 삼성전자만의 문제로 보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노조는 총파업 방침을 유지하고 있고 회사 역시 기존 보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 모두 대화 가능성을 말하지만 협상은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각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협상장은 해법을 찾는 공간보다 물러서지 않는 대치에 가까운 모습으로 흐르고 있다. 갈등의 중심에는 성과급 체계가 있다.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금(OPI) 상한 폐지와 산정 기준 공개, 제도화를 요구한다. 실적을 만들어낸 만큼 보상 구조 역시 예측 가능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회사는 다른 논리를 편다. 성과 중심 보상 체계가 흔들릴 경우 사업부 간 형평성과 경영 원칙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 주장만 쉽게 옳고 그르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각자의 논리가 협상의 출발점이 아니라 물
“실수였습니다.” 논란이 불거질 때 가장 먼저 그리고 흔하게 등장하는 해명중 하나다.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사태도 처음에는 그런 흐름으로 읽혔다. 부적절한 표현이 들어간 마케팅이었고, 내부 검수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단순 실수라고 받아들이는 시민은 많지 않았다. 문제는 단어 하나가 아니라, 그 표현이 아무런 경고음도 없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에 있었기 때문이다. 5월 18일은 한국 사회에서 결코 가볍게 지나갈 수 있는 날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역사책 속 사건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기억이자 상처다. 민주주의가 어떤 대가 위에 세워졌는지 되묻게 하는 날짜이기도 하다. 그런 날 스타벅스는 텀블러 프로모션을 알리며 ‘5.18 탱크데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까지 더했다.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많은 시민이 그 표현을 보는 순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탱크 진입과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렸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역사적 기억은 기업이 의도했다고 해서 생기는 것도, 의도가 없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증시를 보면 몇 년 전 동학개미 열풍 때보다 더 뜨겁다는 말까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관련주가 연일 치솟자 “지금 안 사면 기회를 놓친다”는 조급함이 증시 전체로 번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열기가 단순 투자 수준을 넘어 빚을 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빚투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국내 10대 대형 증권사가 올해 1분기 신용거래융자 이자로 벌어들인 수익은 무려 6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코스피 상승세와 함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사상 처음 평균 30조원을 넘어섰고, 증권사들의 이자 수익도 덩달아 커졌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방식이다.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을 키울 수 있지만 증시가 흔들리면 손실 역시 훨씬 빠르게 불어난다. 특히 최근처럼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기대감이 과열된 국면에서는 투자 심리도 쉽게 달아오른다. 주변에서 “몇 달 만에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들릴수록 뒤늦게 증시에 뛰어드는 투자자도 늘어난다. 문제는 이제 빚투가 일부 공격적인 투자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직장인은 물론 사회초년생과 은퇴자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