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 RLS)은 잠들기 전이나 휴식 중에 다리에 불편하고 불쾌한 감각이 느껴지면서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신경과 질환이다. 이 증상은 주로 저녁이나 밤에 심해지고, 움직이면 일시적으로 호전된다는 특징을 가진다.
단순한 다리 피로로 치부하기 쉽지만,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시키는 만성적인 뇌신경계 질환이자 수면 장애로, 정확한 진단과 포괄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다. 한방신경정신의학과에서는 하지불안증후군을 단순한 신경계 이상이 아닌, 몸과 마음의 유기적인 불균형으로 이해하고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은 명확하게 하나로 규정하기 어렵지만, 크게 세 가지 주요 기전으로 파악된다. 첫째 뇌의 도파민 시스템 이상, 둘째 체내 철분 부족(특히 뇌 내 철분 대사 이상), 셋째 유전적 요인이다.
이러한 원인적 접근은 현대 신경정신과에서 치료의 근간을 이루며, 도파민 제제나 철분제 보충을 핵심으로 한다. RLS는 증상이 다른 질환의 결과로 나타나는 이차성 RLS와 원인이 불분명한 일차성 RLS로 종류를 나눌 수 있으며, 이차성 RLS는 임신, 신부전, 말초신경병증 등 다른 질환과 연관되어 나타나므로 원인 질환의 치료가 중요하다.
한방신경정신의학과에서는 RLS의 원인을 정신과 질환과 신체 증상을 아우르는 인체의 불균형에서 찾는다. 특히 밤에 증상이 심해지는 것은 음혈(陰血)이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양기(陽氣)가 항진되는 상태, 즉 음허내열(陰虛內熱)이나 간열(肝熱)로 인해 다리가 주관하는 간(肝)의 기능이 불안정해진 것으로 해석한다.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기혈 순환이 막히고 심신(心神)이 불안정해진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본다.
가장 핵심적인 증상은 다리의 불편함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면장애와 정서적인 문제 또한 환자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RLS 환자의 대다수가 수면 시작 및 유지의 어려움, 즉 불면증을 겪으며, 이로 인해 낮 시간 동안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를 호소한다. 반복되는 수면 부족과 고통은 필연적으로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동반한다.
환자들은 밤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사회공포증과 유사한 대인관계 회피나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공황장애 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한, 신체의 불균형과 심리적 긴장은 다양한 자율신경장애나 자율신경실조증 증상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적인 두통이나 편두통, 어지러움을 호소하거나, 위장장애, 소화불량, 그리고 가슴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흔하다.
스트레스와 긴장은 신체 전반의 근육긴장을 유발하여 목어깨통증을 악화시키며, 과도한 발한(發汗)으로 다한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일부 환자는 불안감과 긴장으로 인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증이나 강박장애 증상을 보이거나, 극심한 스트레스 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유사한 정서적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드물지만 RLS 증상 자체를 과도하게 인식하거나 혹은 신체화 경향으로 진전증이나 망상증, 전환장애와 같은 심각한 신경정신과 질환과 감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눈의 피로나 안구피로감과 같은 안과적 불편함도 수면 부족과 자율신경계의 문제로 인해 흔히 나타난다.
따라서 하지불안증후군의 진단은 주로 국제 RLS 연구 그룹(IRLSSG)의 네 가지 핵심 증상 기준에 따라 임상적으로 이루어진다.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 불편감이 휴식 중에 시작되거나 악화, 움직이면 호전, 저녁이나 밤에 증상 악화의 네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검사 단계에서는 이차성 RLS를 배제하기 위해 혈청 페리틴(철분 저장량) 수치 확인 등 혈액 검사가 필수적이다. 또한 수면 중 주기적 사지 운동을 확인하기 위한 수면 다원 검사를 시행하여 RLS의 객관적인 심각도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의 통합의학적 접근은 RLS의 신경학적, 생화학적 원인(도파민/철분)에 대한 치료와 더불어, 환자의 심리적 안정 및 자율신경계 균형 회복을 목표로 한다. 한방신경정신의학과 치료는 환자의 복합적인 증상과 체질적 불균형을 다스린다. 개인의 변증에 따라 심신을 안정시키고 음혈을 보충하며 간의 열을 내리는 한약을 처방하여 불면증과 불안장애를 개선하고 RLS 증상의 빈도와 강도를 줄인다.
또한 침 치료와 약침 치료는 다리의 주요 경혈과 더불어 목과 어깨통증, 근육긴장을 완화하는 경혈, 그리고 두통과 자율신경장애에 효과적인 두면부 혈자리에 자극을 주어 기혈 순환을 촉진하고 신경의 흥분을 조절한다. 추나요법은 만성적인 통증이나 잘못된 자세로 인한 신경 압박이 RLS를 악화시키는 경우, 추나요법을 통해 신체의 구조적 균형을 바로잡아 증상 개선을 돕는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심리적 문제가 동반된 경우, 이완 훈련, 명상, 한방신경정신의학적 상담 등을 통해 스트레스 관리 능력을 높이고 정서적 안정감을 회복시킨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치료가 까다롭지만, 한방신경정신의학과를 중심으로 한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신경계의 문제와 전신적인 불균형을 함께 해소함으로써 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환자의 고통은 단순히 다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보내는 복합적인 신호임을 이해하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다.
<창원 휴한의원 김한나 원장>
















